지난해 6월에는 대전문학관 야외문학관에서 '이병률의 시적인 여행' 문학콘서트를 관람했다. 이 작가는 '여행과 문학'을 콘서트 테마로, 강연 내내 관객을 여행지로 안내하며 여행과 문학의 상관관계를 진지하게 말하는데 나는 참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나의 글쓰기가 여행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 나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해외여행을 갔다. 처음 여행지는 독일이었는데 그 당시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독일에 사는 친구한테서 휴가를 같이 가자는 초대를 받고 무턱대고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너무 고맙다. 친한 친구여서 국내 생각만 하고 옷 몇 가지만 갖고 갔으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친구는 휴가가 끝나면 바로 출근해야 해서 나는 혼자 다닐 수 있는 유레일 패스 7일권을 구매해서 갖고 갔다. 그 당시는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때여서 친구는 그것이 대체 뭐냐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믿기지 않은 지 바로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사용 가능한지 확인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육로로 국경을 지나가야 할 때는 친구가 출발하기 전날, 내 여권을 꺼내보라면서 몇 번이나 그 여권으로 어디든 다 갈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묻곤 했다. 실제 국경을 지나갈 때 대부분 검문소에서 나의 여권을 확인했다. 그 당시 친구 집에서 3개월간 머물면서 친구와 같이 또는 혼자 독일과 독일 주변국을 여행했다.
그 후 여행사를 통해서, 혹은 개인적으로 많은 국가를 여행했지만, 처음 여행했을 때가 가장 생각나는 것은 낯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작가의 시적인 여행 문학콘서트 강연을 들으면서도 내가 처음 독일을 여행했던 곳을 찾아 한참을 그 시간에 머물렀다. 그래서였다.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던 것은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갔던 곳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는 사진으로 찍어서 유화도 그렸다. 지금 그 그림을 보면 우습지만 한편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처럼 정겹다.
나는 여행 한 곳을 기억하고 싶었을 뿐 문학까지 생각은 안 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중국 산둥성 지방 옌타이에 갔다 와서 쓴 여행기로 2010년 수필 공모전에서 당선, 지금껏 수필가로 활동하는 계기가 된 것을 보면 여행과 문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여행과 문학은 표현하는 것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이 작가의 강연 중에 시는 일상하고는 굉장히 다른 차원의 시선, 즉 감성으로 이끌어 주는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도 거기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
올해 7월 26일 저녁에는 대전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대전스토리와 문학대전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3 대전문학관 제3차 문학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문학콘서트에서는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초청하여 대전 이야기와 문학대전의 미래에 대하여 듣는 자리였다.
나는 대전출생으로 지금껏 대전에서 살아온 대전 토박이이지만, 당일 일찌감치 가서 앞자리를 고수했다. 너무 일찍 가서 텅 빈 전시실에서 혼자 앉아있으려니 좀 멋쩍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런 곳에 와도 되는지 갑자기 쭈뼛 꺼려졌다. 그때였다.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님이 빙긋이 웃으시며 들어오셨다.
"일찍 오셨군요."
"네"
대화는 달랑 그뿐이었지만 나를 감돌던 어색한 기운은 좀 나아졌다. 얼마 후 자리가 다 차고 방민호 교수님도 들어오셨다. 사회자가 개최 및 행사 안내, 이은봉 대전문학관장 환영사, 축하공연에 이어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강연이 시작됐다. 대전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이 태어나고 이사 온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방 교수님은 인문학 분야에 유명하신 분으로 혹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졸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오히려 잠시도 한눈팔 수가 없을 만큼 집중하게 했다. 대전의 문화, 역사적인 이야기는 나도 다 아는 내용인데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 방 교수님 기사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자주 보면서 강의도 듣고 싶었다. 그런데 대전에서 뵐 수 있는 것만 해도 기뻤다. 실은 지난 11월 <서울 문학 기행> 때 꼭 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번 대전문학관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2시간여로 엑기스만 뽑은 듯 아쉬웠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 봤다. 어느 날 문득 방민호 교수님의 문학콘서트 <대전 문학 기행>이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렇듯 나는 늘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데, 이런 마음은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허기진 사람처럼 말이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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