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문학관과 나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문학관과 나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3-08-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문학관은 내게 멀게 생각되던 곳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내 관심 안에 있다. 작년에 시를 공부하고 싶다는 일념에서 찾았던 것이 이제는 군것질이 생각나듯 틈만 나면 문학관 소식을 열어 보곤 한다.

지난해 6월에는 대전문학관 야외문학관에서 '이병률의 시적인 여행' 문학콘서트를 관람했다. 이 작가는 '여행과 문학'을 콘서트 테마로, 강연 내내 관객을 여행지로 안내하며 여행과 문학의 상관관계를 진지하게 말하는데 나는 참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나의 글쓰기가 여행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 나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해외여행을 갔다. 처음 여행지는 독일이었는데 그 당시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독일에 사는 친구한테서 휴가를 같이 가자는 초대를 받고 무턱대고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너무 고맙다. 친한 친구여서 국내 생각만 하고 옷 몇 가지만 갖고 갔으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친구는 휴가가 끝나면 바로 출근해야 해서 나는 혼자 다닐 수 있는 유레일 패스 7일권을 구매해서 갖고 갔다. 그 당시는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때여서 친구는 그것이 대체 뭐냐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믿기지 않은 지 바로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사용 가능한지 확인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육로로 국경을 지나가야 할 때는 친구가 출발하기 전날, 내 여권을 꺼내보라면서 몇 번이나 그 여권으로 어디든 다 갈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묻곤 했다. 실제 국경을 지나갈 때 대부분 검문소에서 나의 여권을 확인했다. 그 당시 친구 집에서 3개월간 머물면서 친구와 같이 또는 혼자 독일과 독일 주변국을 여행했다.

그 후 여행사를 통해서, 혹은 개인적으로 많은 국가를 여행했지만, 처음 여행했을 때가 가장 생각나는 것은 낯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작가의 시적인 여행 문학콘서트 강연을 들으면서도 내가 처음 독일을 여행했던 곳을 찾아 한참을 그 시간에 머물렀다. 그래서였다.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던 것은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갔던 곳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는 사진으로 찍어서 유화도 그렸다. 지금 그 그림을 보면 우습지만 한편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처럼 정겹다.

나는 여행 한 곳을 기억하고 싶었을 뿐 문학까지 생각은 안 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중국 산둥성 지방 옌타이에 갔다 와서 쓴 여행기로 2010년 수필 공모전에서 당선, 지금껏 수필가로 활동하는 계기가 된 것을 보면 여행과 문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여행과 문학은 표현하는 것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이 작가의 강연 중에 시는 일상하고는 굉장히 다른 차원의 시선, 즉 감성으로 이끌어 주는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도 거기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

올해 7월 26일 저녁에는 대전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대전스토리와 문학대전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3 대전문학관 제3차 문학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문학콘서트에서는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초청하여 대전 이야기와 문학대전의 미래에 대하여 듣는 자리였다.

나는 대전출생으로 지금껏 대전에서 살아온 대전 토박이이지만, 당일 일찌감치 가서 앞자리를 고수했다. 너무 일찍 가서 텅 빈 전시실에서 혼자 앉아있으려니 좀 멋쩍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런 곳에 와도 되는지 갑자기 쭈뼛 꺼려졌다. 그때였다.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님이 빙긋이 웃으시며 들어오셨다.

"일찍 오셨군요."

"네"

대화는 달랑 그뿐이었지만 나를 감돌던 어색한 기운은 좀 나아졌다. 얼마 후 자리가 다 차고 방민호 교수님도 들어오셨다. 사회자가 개최 및 행사 안내, 이은봉 대전문학관장 환영사, 축하공연에 이어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강연이 시작됐다. 대전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이 태어나고 이사 온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방 교수님은 인문학 분야에 유명하신 분으로 혹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졸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오히려 잠시도 한눈팔 수가 없을 만큼 집중하게 했다. 대전의 문화, 역사적인 이야기는 나도 다 아는 내용인데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 방 교수님 기사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자주 보면서 강의도 듣고 싶었다. 그런데 대전에서 뵐 수 있는 것만 해도 기뻤다. 실은 지난 11월 <서울 문학 기행> 때 꼭 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번 대전문학관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2시간여로 엑기스만 뽑은 듯 아쉬웠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 봤다. 어느 날 문득 방민호 교수님의 문학콘서트 <대전 문학 기행>이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렇듯 나는 늘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데, 이런 마음은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허기진 사람처럼 말이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추석 기름값 부담 덜었는데, 왜 충청권만 비쌋을까?
  2. 뉴 라이프 웰니스 유성온천!
  3. 학교 당직근무자 열악한 처우 개선 촉구 "명절만이라도 모두가 평등해야"
  4. 대전서부교육청 "전문상담사도 수퍼비전으로 마음 챙겨요"
  5.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안서 작성법은?
  1. '아~대전부르스·못 잊을 대전의 밤이여' 대중가요 속 이별과 그리움의 대명사
  2.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3.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4. 산에서 함부로 도토리 주우면 안된다
  5.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헤드라인 뉴스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전 소방본부 구급대의 현장-병원간 이송거리와 시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영등포갑)이 소방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대전에서 현장-병원간 이송거리 30km를 초과하는 이송인원은 449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70명에서 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체 이송 인원 대비 비율은 지난해 0.59%에서 올해 1.80%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61명에서 올해 362명으로 그 비율은 2.7배 이상 늘었다. 응급실..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지난해 지방세를 1억원 넘게 안 낸 고액 체납자가 대전에 69명이고, 이들이 안내 총 체납액은 2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은 33명·78억원, 충남은 111명·241억원, 충북은 70명 1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방세 체납액 규모는 ▲2021년 3조 3979억원 ▲2022년 3조 7383억원 ▲2023년 4조 59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체납자 상위 0.6%가 전체 체납액의 4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매달 4억이 넘는 월세로 논란이 됐던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 월 수수료가 기존과 비슷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전보다 과하게 높아진 월 수수료 탓에 철수까지 고심하던 성심당은 이번 모집 공고로 대전역점 계약 연장의 길이 열렸다. 18일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최근 대전 역사 2층 맞이방 300㎡ 임대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전까지 5차 공고를 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 월평균 매출액 기준액은 22억 1200만 원으로, 월 수수료는 매출 평균액의 6%인 1억 3300만 원이다. 이는 기존 월 수수료 4억 4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