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주님 주님, 우리 아기 새 생명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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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주님 주님, 우리 아기 새 생명 살려주세요

김옥순/권사(강원 속초시)

  • 승인 2023-08-06 10:2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몸부림칠 태중 아이를 생각하면 끔찍하고도 못할 짓인데

선택적 유산도 고려해 보라하니

어찌 하라고 죄를 짓게하시나요

어떻게 선택해야 아이를 보낼 수가 있나요



너무나 슬퍼요



"그러기 전에 차라리 하나님이 데려가세요"라고 하고싶어요 주님.

벌써 두 번째 아이를 그렇게 염색체 이상이라는 것으로 보내야 하다니요



탯줄이 이어진 엄마의 생각을 그 생명이 알아차릴 거고

그 말들을 들을 것이고…

고통입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2∼3주 걸려야한다는 데

그동안 한몸되어 있는 생명과 어미가

얼마나 두렵고 두렵겠습니까

아직 태중아이로 인한 입덧도 하고 있어요

헛구역질하고 나서 엎프러저 엉엉 울고…

보이시나요 주님.



태중에 있는 아이를 얼굴도 못 본 채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을.



아무 것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요

12주 동안 기뻐하고 같이 지냈던 사랑하는 아이,

기적을 보여주십시오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여요

좋은 결과 만을 조마조마 긴 시간 기다립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딸아이의 심경이 읽혀져서

온 가족이 좌불안석입니다



28일 양수검사하고

결과가 있기까지 숨죽여

기적을 기다립니다 주님



2023년 7월 31일

검사 결과가 나왔다

유전자 이상으로 아이가 아주 안 좋은 상태이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며칠 안에 ××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하니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제 휴가 마치고

화요일 올라가면 수술할 병원을 정하고 상담해야 한다

몸속에 아이와 헤어져야 하는 인사를 하라는 마지막 기회인가…



수술 전에 초음파검사를 한 번 더 해보라고 권하더란다

양수검사를 했기 때문에 웬만한 아이면 문제가 없지만

이 경우는 혹시 숨져있을 수도 있으니깐 해보라고 하더란다

'차라리 하나님이 먼저 데려가 달라'는 기도를 답이라도 하시듯…



여하튼 태어나도 생명이 없다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의사의 귄고를 듣기로 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서 숨 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댁에 말씀드리는 것도 딸아이의 자존감이

무척 떨어져 있는 걸 말 속에서 느낄 수가 있다

누구의 탓도 아닌 걸…

사위는 아내가 마음을 다칠새라

노심초사하고

"아내만 괜찮으면 된다"라고 말해줘서 어미로서 위안을 받는다



병원을 정하여 수술부터 조리까지 어렵겠지만

또 다시 아이를 얻기까지

나는 기도한다

이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를…

하나님의 약속으로 말미암아 회복되기를…



새로운 생명도 난임센터를 이용하길 권하더란다

아이들의 반응은 지금으로선 도리도리다

비용부터 여러 일들이 난항이니



아이들아

오늘 아침 창세기에 '사라'라는 여인이 아이를 얻기까지

비웃었던 웃음에서

긴 세월 뒤

아기를 얻고 기쁨의 웃음으로 승화시킨 하나님을 보았잖니

소중한 가정

완전한 가정으로

만드실 작업을 하고 계실 거란 희망으로

역사하고 계실 하나님을 만나보자, 우리

사랑한다 사위 딸 그리고 태중에 있는 우리 아이

주님의 이름으로 위로한다



2023년 7월 31일



사위는 처남 붙들고 밖에서 울고

딸은 엄마아빠 볼까 꾸역꾸역 참고

내 남편은 아직 모르고

아이들 간 뒤에

남편에겐 천천히 알려주고 싶다.

종일토록 말 수가 적은 내가 이상한지

어디 아프냐고 물어서 놀라

표정을 바꾼다



2023년 8월 1일

내 가슴은 메말라 간다

펑펑 울어도 시원치 않고

포악포악을 쳐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당사자들은 오죽하랴

마음을 가라앉히겠다고

잠시라도 피하고 싶어 내려와 이틀 밤을 잤건만

숨 죽여 전화를 받고

숨 죽여 흐느껴 운 것을 나는 안다

이제 내일 돌아가면…

상담과 아울러 또…

작별이다.



하나님이여… 살피시옵소서

유전자 이상이 왜랍니까 대체.

두 번씩이나 이러하니

앞으로는…

온전한 가정을 이루기까지…

슬프도소이다 주님



2023년 8월 2일

엉엉 목놓아 울부짓는 딸아이

이것이 피눈물이구나… 싶을만큼

아픈 목노임이다

아직 뱃속에 있는 생명체를 끌어안고

목놓아 목놓아 운다

딸아이의 피눈물에

어미의 가슴이 찢긴다



두 번이나 새 생명을 보내야 하는

초보 임산부의 아픔은

그야말로 너무나 크고 세다

목이 쉬도록

얼굴이 퉁퉁 붓도록 쉬지 못하고

뱃속 아이를 끌어안고 울었다...

사위의 눈물은 또 숨죽인다



아이야 미안하다

아이야 미안하다

어미가 미안하다



수술을 받고 나온 아이는…

기진맥진이고

의사도 가여워할 만큼

특별한 부부다



이제 해맑게 웃어줄 날만 기다리며 살펴야 한다

몸의 회복이 속히 되고

평온한 일상이 축복인 걸

자식의 아픔을 보고 이제야 안다



미안하다 딸아…

사랑한다 딸아 사위야



사발 커피라도 한 사발 들이키고

데리러 가자

직장이고 농삿 일이고 뭐고

내 안중에 없다 지금은

새끼 몸조리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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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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