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자존심 상해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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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자존심 상해도 포기할 수 없다!

심영선/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3-11-12 11:30
  • 수정 2023-11-18 11:2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심영선 목사
심영선 목사
요즘 취업을 하려면 보통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회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씁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책도 많고 영상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소설은 지원동기이다. '돈 벌려고 지원했음'을 400자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쓰기 어려운 자기소개서도 재치 있게 쓴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중 어떤 사람은 이렇게 썼습니다.

"저는 가끔 싸우시는 부모님 밑에서 대부분 속 썩이며 살아온 세월을 취업함으로 효도하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썼습니다.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는 냉동치킨 같은 사람입니다. 아직 후라이드가 될지 양념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저는 모두에게 사랑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는 모두 목적이 있어서 쓰는 글입니다.

성경 갈라디아서 1장 11절부터 17절까지를 보면 한 사람의 자기소개서가 나옵니다. 바로 바울의 자기 소개서입니다. 그곳에서 바울은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 자신의 인생을 소개합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여러 '연갑자'보다 유대교를 지나치게 믿었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갈1:14) 여기에서 '연갑자'라는 뜻은 같은 나이의 또래라는 뜻입니다. 연갑자로 번역된 헬라어 원어는 '쉬넬리키오타스'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뜻은 같은 나이의 또래 말고도 함께 일하는 동료, 동시대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그 의미들을 따라 해석하면 바울은 유대교를 그 어떤 사람보다 더욱 사랑했던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아신 예수님은 자신의 교회를 박해하던 바울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를 만나주시고 또 다른 제자로 삼아 주셨다고 바울은 고백합니다. 더 나아가서 '나보다 먼저 사도 된 자들'(갈1:17) 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도 사도가 되었다고 자기를 소개합니다.

이처럼 바울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자신이 교회를 박해하는 사람에서 예수님의 사도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바울은 자신이 사도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을까요?

그것은 갈라디아 사람들이 다른 복음 즉 율법주의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율법주의자들은 바울이 사도가 아니라면서 바울을 모함했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전한 참 복음을 버리도록 강요했습니다. 메시지를 공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율법주의자들은 바로 이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바울이 그렇게나 알리고 싶은 복음의 핵심은 '오직 의인은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갈2:16)라는 것이었습니다. 율법주의자들은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다른 어떤 행위를 해야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쳤습니다.

갈라디아 교인들은 바울이 가르친 바른 복음을 버리고 율법주의자들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이 전한 바른 복음을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갈라디아 교인들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가 사도가 된 것을 강력하게 소개합니다.

지금 갈라디아에 있는 교회들은 바울이 세웠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바울 자신은 사도이니 자신을 무시하지 말고 참 복음을 받아드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스승이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은 바르게 살았다고 간곡히 사정하고 있는 모습과 같은 모습입니다. 이 일은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비통한 자기소개입니다.

그런데 자존심 상해도 바울은 참습니다. 율법주의자들과 함께 자신을 음해한 갈라디아 사람들에게 바울은 끝까지 자신을 믿어 달라고 말합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그렇게 해야 갈라디아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갈라디아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바울을 포기 하지 않으셨듯이 바울도 자신의 제자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존심 상해도 말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까지 내려놓는 것은 비참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일입니다. 마치 부모가 자녀와 가정을 위해서 직장이나 사업체에서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을 만나도 참고 견디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는 사랑과 용기가 우리의 삶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이 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심영선/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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