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4-03-31
지금 인도네시아에서는 콘돔 사용을 허용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슬람 신자와 정부 및 시민단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선거 이슈로 부상했다. 4·15 총선을 앞둔 우리가 탄핵정국이라면 4월 5일 총선을 치르는 그쪽은 편의상 콘돔정국이라 칭하기로 한다.
아무튼 콘돔정국..
2004-03-23
이탈리아 베르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장사지냈다는 대리석이 남아 있다. 두 비련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두 가문(몬타규 카풀렛가)은 실재했다고 믿게 하는 증거가 있다. 춘향이나 흥부와 놀부가 실존인물이라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해마다 여수에서는 '진남제..
2004-03-22
무지개가 몇 가지 색이냐고 물으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라 대답한다. 프랑스에서는 셋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두 개의 라오콘 상(像)이 있다. 똑같이 바다뱀의 공격을 받고 그리스의 것은 '신음'을 내는데 로마의 것은 '고함'을 지른다. 고통 속에서 차분함..
2004-03-22
공쿠르상 2회 수상과 권총 자살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아름다운 단편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죽음은 스물두 살의 열혈 청년이던 필자에게 비수처럼 꽂혔었다. 그보다 거대한 충격은 내가 삼십대에 알게 된 작품에 관한 진실성 때문이었..
2004-03-22
김하인입니다. 지난 2주간 강원도에 있었습니다. 우츄프라카치아란 식물은 제가 10여년 전 강원대 도서관을 3년간 다닐 때 5층 서고 구석에 꽂힌 리더스 다이제스트 형태의 조그만한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중략) 제 노트에 그런 기록들이 남아 있어 찾아봤지만 그 소책자 제..
2004-03-22
'류환이를 잘 알아요?'
류환 퍼포먼스장에서 마주친 대전문협 리헌석 회장의 물음이다. 그렇다고 했지만 확신은 없다. 조금 전 현대갤러리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공갤러리 대표가 나더러 '최 선생님 아니십니까?' 하고 인사를 했다. 알아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대..
2004-03-22
모 방송에서 계룡산 중턱 갑사의 1년을 자연 다큐멘터리로 만든 적이 있었다. 그 중 먹이를 먹기 좋게 경단처럼 만들어 애벌레에게 주는 왕바다리, 새끼들이 천적에게 발각될까봐 전전긍긍해하는 박새부부 등 인간 못지않은 자식 사랑은 보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새..
2004-03-22
부인이 잠든 틈을 타서 밤마다 외출을 일삼는 정승이 있었다. 하루는 그 부인이 자는 척 코를 골다가 가만히 뒤를 밟으니 계집종의 방에서 쏙닥이는 소리가 들여왔다.
“절병(切餠) 같은 부인은 어디 두고 누추한 종년의 방에 오셨나이까?”
“넌 산갓김치 맛이니라...
2004-03-22
공공의 적, 손톱, 안개기둥, 세이 예스, 킬리만자로, 전후파, 지독한 사랑, 싸이코, 억수탕,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목욕 장면의 등장이다.
한국영화 최초의 목욕 장면은 '그 여자의 일생'(1957년작)이다. 기껏해야 여주인공 윤..
2004-03-22
1111. 11월11일. 빼빼로데이다. 숫자 넷이 특정 과자를 닮긴 닮았다. 경상도 여중생들이 이걸 주고받으며 "날씬해져라", "롱다리가 되라"고 덕담을 나누면서 비롯됐다.
기념일의 원조격인 밸런타인데이(2월14일).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시킨..
2004-03-22
가을. 휘청거리면서도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품이 꼭 산전수전 다 겪었으면서 단아함을 잃지 않은 여인 같은 억새꽃들. 뿐인가. 소슬바람 한 자락에도 쓸쓸함이 묻어나고 불그족족 성급한 단풍은 바쁜 사람을 꾀려 한다. 억새나 단풍만이 아니라 쇼핑가 점두엔 가을남자, 그..
2004-03-22
자신의 이름은 자신만의 역사다. 히스토리(history)이고 허스토리(herstory)이다. 자기 회사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며, 그 권위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이름은 인격이며 내적 존재의 본질이다.
‘기미 양씨명(己未 楊氏銘)’이라..
2004-03-22
친일인명사전 발간 움직임을 보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총알받이로 끌려갔던 조선의 억울한 남아들을 기억한다.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고 북을 치며 엄호한 지식인들―그토록 존숭해 마지않았던 이병도・김활란 등 교육계 인사, 이광수・박종화・..
2004-03-22
도둑들의 소굴에서 시인은 무슨 소용일까? 어떤 생산과 소출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풍자적으로 다룬 이문열의 소설도 있지만, 경제논리로 치자면 예술인, 그 중에 전업예술인들이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용감한 벤처산업의 CEO(Chief Executive Offic..
2004-03-22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DNA검사'가 화제에 올랐다. 주로 서울 강남의 부유층에 국한되는 현상이며 적성을 조기 계발하고 질병 요인을 차단한다는 것 등 명분은 좋다지만 여러 모로 개운치가 않다.
‘인기 연예인과의 유전자 비교’ 등 청소년의 연예인 지망 신드롬을 노린..
2004-03-22
어느 겨울 한 철을 보낸 강원도 태백의 폐광촌에 들어설 무렵, 보령 사람 이문구가 생각났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찾아온 후배들에게 참외를 깎아 주며 “그래, 너희들 어떻게 지내니? 석영아(황석영을 말함) 아직도 소설이라는 거 쓰냐?” 하는 게 소원이라더라고 유홍준..
2004-03-22
“이제 남방이 이미 평정되었고 갑옷 입은 군사는 충분합니다. 삼군을 거느려 북으로 중원을 평정하여 노둔한 재주를 다하고 간흉을 물리쳐 제하고…….”
촉의 제갈공명이 쓴 출사표(出師表)의 한 부분이다. 유비를 도와 오와 연합하여 조조의 위군을 적벽에서 격파하게 한..
2004-03-22
“솔직히 나도 모르겠소.” 당신이 떠나면 나는 어디로 가느냐고 절규하는 비비안 리(스칼렛 오하라)를 뒤로 한 채 사라지는 클라크 게이블(레트 버틀러 역)은 여성의 청결한 옷을 좋아했다. 제임스 조이스는 속옷, 아돌프 히틀러는 배설물, 빅토르 위고는 다리, 마하트마 간디..
2004-03-22
지난날 일제는 한반도 곳곳의 왕릉과 성, 건축과 석조물 등 문화 유적들을 약탈해갔다. 그 상당수는 일본의 국보나 문화재로 탈바꿈하여 일본 땅에 있다. 통감 소네가 “공공연히 선물하는 것으로 한다면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했을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다.
보나마나 한..
2004-03-22
간부간부회의 시간에 지나간 6개월을 반추해보았다. 며칠 전 자리를 바꿔 앉은 전임 편집국장은 “천 년같이” 느껴졌을 테고, 솔직히 나는 빠르다는 느낌 이전에 지독히도 긴긴 하루의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이래저래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반복된 일상이었다...
2004-03-22
아주 우연히도 ‘게이바’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한켠에선 희불그레한 조명 아래 게이보이(일본말로 ‘오카마’라 했다)가 흐늘흐늘 춤추고, Y염색체 성징이 채 가시지 않은 게이가 붉은 입술로 “오빠, 오빠” 부르는데 진저리를 쳐야 했다.
한편으론 호기심이 발동해 손가..
2004-03-22
막되고 황폐해진 말들이 난무한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친일파’니 ‘좌익’이니 해서 매도하는 건 보통이다.
까딱 잘못 거들다간 순식간에 ‘홍위병’이 되고 ‘괴벨스’로 찍히기 십상일 것이다. 홍위병은 무엇인가. 중국 문화혁명 때 팔에..
2004-03-22
삶의 무게가 다르다면 죽음의 무게도 다를까? 사회면의 두 기사(記事)는 해묵은 명제를 반추시킨다. 하나는 밥 많이 먹는다는 시비 끝에 시누이를 죽인 올케 얘기다. 이 무슨, 밥 몰래 먹다 시어머니한테 맞아 죽어 피어났다는 며느리밥풀꽃의 아류인가 싶다. 낮에 집 근처 가..
2004-03-22
얼마 전부터 속리산 정이품송의 배필을 고르기 위해 산림청 관계자들이 국내 이름난 소나무 군락지를 찾아 헤맸다. 마치 예전의 왕비 간택인양 신분이나 족보를 따지며 까다롭게 고르던 차에 마침내 조선 태조 5대조 묘인 삼척 준경릉 주변의 노송 한 그루가 간택됐다.
신부..
2004-03-22
‘집안살림 부부함께 나라살림 남녀함께!’
‘함께하는 남녀평등 함께누릴 밝은미래!’
참 멋진 캐치프레이즈들이다. 여성주간을 얼마 앞두고 열린 평등문화 실천 전국 릴레이에 나온 길거리의 피켓에서 따온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인간이, 특히 부부가 평등하다는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