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의 제갈공명이 쓴 출사표(出師表)의 한 부분이다. 유비를 도와 오와 연합하여 조조의 위군을 적벽에서 격파하게 한 그가 선왕 유비가 죽은 뒤 출정을 앞두고 후왕에게 올린 글로서 우국충정이 담긴 명문장으로도 유명하다.
그러기에 이 출사표를 댓조각에 적은 죽간(竹簡)은 야망을 품은 사람에게는 둘도 없는 선물이 된다. 한국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대병국)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이것을 몇몇 인사에게 전해줘 화제였다. 이회창에게는 “특별한 경우, 특별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부연했다.
이튿날 그는 이인제에게도 이것을 주며 “뜻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삼국지를 다섯 번 읽었다고 하자 “그러면 됐다. 큰 영광이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다. 결국 그도 경선에서 사퇴했다.
그런데 한화갑, 김중권에게는 출사표가 아닌 손자병법에 적힌 죽간을 선물해 구구한 추측을 낳았다. 모르긴 해도 병법을 더 공부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좀 찝찔했을 것이고, 출사표를 받은 다른 측에서는 “중국도 뭘 아네” 하고 내심 흐뭇했을 것이다.
이즈음이면 바빠지는 곳이 점집인데, 한 역술가는 대선에서 이씨가 대통령이 되지 않을 걸로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설사 못 미덥다 하더라도 김대중이 전에 정계은퇴를 하고 영국으로 떠났을 때 ‘차기 대통령 김대중’을 예언했던 사람의 말인지라 적어도 호사가들의 술안주감으로는 족하다.
누가 차기를 도모할 것인가. 이런저런 여론조사가 술술 지상에 오르내려서인지 부쩍 초궁초득(楚弓楚得)이란 말이 자주 떠올려진다. 초나라의 어느 왕이 산행(‘사냥’이란 말은 여기서 나옴) 갔다가 활을 잃어버렸다. 당황한 신하들이 이를 찾으려 하자 왕은 “초나라 왕이 잃어버린 활을 초나라 사람이 주울 텐데 뭐하러 찾느냐”며 이를 극구 말렸다는 고사이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정권도 그랬으면 한다.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출사표를 받았건 안 받았건, 누가 목적을 이루든……. 제갈량이 왕에게 아룄듯 “은혜 받자온 감격을 이기지 못하와 이제 멀리 떠남을 당하여 표를 쓰면서 눈물을 머금고” 쓴 출사표의 마음은 너무 뜨겁다. 다이빙궈의 출사표는 어디까지나 선물일 뿐이다. 나무 몇 그루 본 걸 가지고 산의 생김새(山容)을 다 보았노라 자족하지나 말아야겠다. 차기도, 차차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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