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이 좋아한 것들의 품목이다. 예사로 애호하는 게 아닌 이성이 쓴 물건이나 상징에 집착한다든지 신체의 일부를 성적으로 좋아하는 ‘물음욕증’의 대상으로였다. 다름아닌 페티시즘(feticism)인데, 이는 아프리카인들이 돌이나 나무 등 천지 만물에 깃들인 마술적 요소를 숭앙하는 페티코(fetico)에서 유래한다.
제일 선호되는 것은 맨살에 직접 닿아 체취가 밴 속옷, 이밖에 손발, 다리, 엉덩이 등 신체 일부도 그 대상이다. 모발, 냄새, 음성, 심지어 분비물, 나뭇가지나 연필 따위의 무생물이거나 노출된 부위 자체도 선호한다.
정상인이라도 조금씩은 이러한 행동을 한다. 이성간 복합적인 사랑의 일부는 물음욕증에 빠지는 것이기도 하다. ‘못말리는 로빈훗’이라는 황당한 영화에서는 로빈훗이 왕실 근위대와 싸우는 절박한 상황에서 묻는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단 말 믿어요?” 그러자 여주인공 마리안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죠”라고 화답한다. 사랑에 빠지면 곰보자국도 보조개로 보이듯이 모든 게 미화되고 결정화(結晶化)되는 것이다.
문제는 서로 전혀 사랑하지도 않고 본 적도 없는 상대에게 빠지는 케이스. 건조대에 말리는 속옷이나 양말을 분실하는 사례가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강렬한 인상이 물음욕증으로 변환되는 예도 있다. 오래 사귀던 젊은 남녀가 약혼식을 했다. 약혼녀는 가슴에 빨간 장미로 장식을 달고 있었다. 이후 청년은 장미를 침대에서 끌어안고 자는 장미음욕증에 빠졌다. 그러나 그가 파혼한 뒤로는 이 증세가 사라졌다 한다.
물음욕자들은 남의 속옷을 훔치다가 쇠고랑을 차거나 혼자만의 변태만으로 그치지 않고 종종 범죄와 연결된다. 한때 일본 여학생들의 빨래 안 한 팬티를 수입해다 파는 저질 문화가 극성을 부리더니, 잊힐 만하니 여성이 입던 속옷을 거래하는 유명 포털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게 분석해도 ‘직거래시 10만원 추가’, ‘직접 만나드립니다’ 등의 문구는 직거래 명목의 윤락을 암시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을 것.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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