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과의 유전자 비교’ 등 청소년의 연예인 지망 신드롬을 노린 장삿속까지 가세하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아직은 불완전한 요소가 많고 그 조사 방법이나 결과의 신빙성을 떠나 “내 인생은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결정론적 인생관을 심어줄 우려가 적지 않아 걱정이다.
‘DNA검사’의 대상은 사람뿐만이 아닌 것 같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국내 보급품종인 ‘선덕’을 비롯해 국내외 84품종의 무궁화에 대한 DNA지문 완성을 공표했다. 이로써 적확한 품종 구분은 물론이려니와 무궁화의 아이덴티티(정체성) 확립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라 한다. 아이덴티티 쓰는 사람들 보기 싫어서 안 쓰려 했는데....
그간에도 DNA감식은 친자 확인이나 범죄 수사에도 폭넓게 활용돼 왔다. 쉽게 말해 DNA(디옥시리보 핵산)는 모든 유전정보를 담은 이중나선 모양의 생체고분자를 일컫는다.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등 4개의 염기체로 구성되는데, 각 생명체마다 염기 배열 순서가 달라 고유성 식별에 아주 유용하다. 법정에서 배우자 부정을 입증하려고 침대 시트의 흔적을 증거로 채택, DNA감식을 의뢰해 바람난 유부남, 유부녀들을 찔끔하게 만든 사례도 이 때문이다.
유전자 감식 기술을 보유한 국내 한 벤처기업은 이산 1세대의 DNA은행을 구축하기도 했다. 나이 많은 이산 1세대 중 북한에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타액을 채취, 보관해 주고 있다. 이 방법은 장차 흩어진 형제자매를 찾아내거나 통일 후 예상되는 여러 법적 분쟁에서도 유일무이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응용해 5만~6만원이면 고객의 염기서열을 분석, 제품을 맞춰주는 발빠른 업체까지 등장했다. 인기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디자인한 목걸이, 반지, 팔찌, 브로치, 열쇠고리 등의 액세서리, 장신구가 시판되고 있다.
이제 공상과학영화의 가상은 현실이 되었거나 되고 있다. 우리가 007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눈동자(홍채)를 이용한 보안시스템, 지문 등록 사용자말고는 운용체계(OS) 접근부터가 아예 불가능한 지문인식 광마우스가 국내에서 개발된 지 오래다.
머잖아 혈액, 머리카락 등에서 추출한 유전자가 생체인식기술(Biometrics)에 이용되면 신분증이나 카드 대체물로서, 또는 보안시장을 중심으로 앞으로 한 판 떠도 크게 뜰 것 같다. 내 몸이 열쇠가 되고 ‘생명의 암호문’이 확 풀리는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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