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수에서는 '진남제'가 열린다. "호남(여수)이 없으면 조선은 없다"고 여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추모가 곁들여진 내력 있는 행사다. 그러면서 아산 현충사의 탄신 행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 동북아시아를 제패한 장보고의 해상왕국 청해진이 있던 완도에는 지금 성역화사업이 한창이다. 군사 주둔 사실을 뒷받침할 직경 3m짜리 우물이 최근 발견됐다. 이에 기념관 건립과 함께 법화사 및 해상 방어시설인 원목열과 망루를 갖춘 청해진을 복원할 계획이라 한다.
뒤질세라 김제에서도 장보고 역사공원을 조성 중이다. 고대 저수지인 벽골제의 수문이 남은 그 근방의 유물 발굴이 끝나면 기념관과 동상 등을 세우기로 했다.
연고를 찾자면, 장보고가 죽은 뒤에 신라가 청해진 사람들을 벽골군(김제)으로 이주시킨 사실(史實)이 있다. 잘만 하면 두 지역은 상호 보완적인 관광벨트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가 하면 익산의 백제 무왕(말통대왕릉)과 선화비의 묘(소왕릉) 사이에 사랑의 산책 터가 조성된다. 훗날 무왕이 된 서동은 '선화공주(신라 진평왕의 셋째딸)가 밤마다 서동을 만난다'는 서동요를 퍼뜨렸고, 결국 결혼에 골인한 고사는 유명하다.
전북 익산시와 경북 경주시는 향토축제에서 각각 서동과 선화공주를 뽑아 혼례를 치렀다. 동서화합의 상징 인물을 지역감정이 심한 오늘에 재현한 것이다.
호남고속도로를 상행하다 장성댐 앞에 이르면 '홍길동의 고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거대한 입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길동을 그 곳 황룡면 아치실 출신의 인물로 믿는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5월이면 '홍길동 축제'를 벌인다.
일본 오키나와 민중의 제왕인 '홍가와라'가 바로 율도국으로 건너간 홍길동이라는 설도 있다. 국내 한 극단에서 이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전남 장성과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한편, 강릉은 강릉대로 허균의 출생지임을 들어 홍길동 연고권을 주장한다. 조금 전 통화를 한 장성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은 "한때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요즘은 잠잠하다"고 밝혔다.
생각하건대 어차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한 홍길동인지라 어디서나 '모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충무공을 아산에서도, 여수에서도 연고권 다툼 없이 모시고 있고, 또 장보고 대사 기념사업을 두 지역에서 활발히 펼치는 것처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