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호기심이 발동해 손가락으로 게이의 팔을 꾹꾹 눌러도 보고 왜 천부적 성이 극도로 불편한가에 대해 이것저것을 캐묻기도 했다.
아직 게이는 베일에 싸인 판타지 같은 세계였고, 남녀의 이분법, 그 견고함을 고집스럽게 인정할 때였다. 연후(然後)에, 정상적인 남성 안에 여성의 성질(아니마:anima)이 있으며 건강한 여성 안에도 남성적인 요소(아니무스:animus)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기고를 했다.
그땐 확신 없이 막연히 썼더랬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맞다는 자평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니마의 성질이 너무 많으면 게이로 사는 것이다. 자신을 여성스럽다고 믿을수록 사고나 행동이 변해가고 전도된 성의식을 갖는 부류들이다.
지금 하리수가 인기 상종가 행진을 하고 있다. 성전환(트랜스젠더)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인데다 어엿한 연예인의 인기까지 가세해 음반, 영화, 광고 구분 않고 섭외하느라 안달복달한다. 음악 프로 DJ들까지 앞다투어 그 얘기에 여념이 없고, 채널 어디서든 “여성스러운 여자 하리수”라며 방싯댄다.
하리수. 여자라서 그런지 남탕이 더 좋았고, 남자 때문에 울어도 봤다. 곱상한 얼굴로 나이트클럽에서 부킹 신청을 받는가 하면 물줄기를 맞으며 ‘여성스러움’을 과시하는 하리수는 집에서 아버지가 아들로 여기는 2대 독자란다. 남은 인간적 소망은 한 남자의 사랑받는 아내가 되는 거다.
정설에 따르면 외과적 성전환 수술을 해도 남자는 죽을 때까지 Y염색체를 유지한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의 ‘성별정정허가신청’ 재판 기록을 뒤져보니 내 견해와 엇비슷하다. “외부 성기 구조 및 정신과학적 상태 등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여성”이므로 “사회적, 법률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정 이유이다. 굳이 인간의 동일성을 성별이 아닌 인격으로 파악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령만으로 그들만의 심각한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다만 하나, 자신의 모든 걸 상품화하는 연예인이지만 상품 냄새만 지독히 풍겨선 오래 못간다. 끝내 비구니가 된 산골소녀 영자의 허무가 반추되기에 하는 소리다. 모두들, 도를 넘는 호기심이나 굴절된 관음(觀淫)은 아닌지. 멋모르고 전에 게이바 ‘나고야’에서 헤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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