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인의 편지는 궁금증을 더욱 자아낸다.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자살한 천안의 한 초등학생의 소식을 접하고도 이 희한한 식물 생각이었다. '답답한 인생, 답답한 세상', 아이디가 '불행'인 이 11살 소년이 남긴 일기장이 눈에 밟힐 듯하다.
우츄프라카치아! 다른 생물체가 살짝 몸체를 건드리기만 해도 시름시름 죽고 만다는 결벽성 식물이다. '국화꽃 향기'의 김하인이 '허브를 사랑하나요'에서 다뤄 널리 알려졌다. 관심은 나뿐이 아니다. 물어오는 이도 있지만 실존조차 잘 모른다.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자주 생각난다뿐이다. 다음 얘기를 끄집어냈을 때도 그랬다.
유치하달지 모르나 요새 나는 나미코와 시바루를 돌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밤톨만한 햄스터다. 무던히도 낯가리던 나미꼬가 이제 앞발을 쳐들며 재롱을 떤다. 사람 기척만 있어도 입을 옴찍옴찍하며 부산해진다. 문제는 시바루인데 녀석은 늘 삐쳐 있다. 골이 잔뜩 난 어제는 두어 시간을 논스톱으로 쳇바퀴를 돌았다. 자학에 가까운 그 몸놀림에서 녹초가 되도록 러닝머신만 타는 남자가 연상되는 건 왜일까? 뭐가 이토록 시바루를 화나게 했나.
녀석을 보고 또 우츄프라카치아 생각이었다. 세렝게티의 밀림, 가시덤불에 쌓여 건드리기만 하면 죽는다는 음지식물. 단지, 어제 건드렸던 사람이 오늘도 내일도 줄곧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다는 얘기만은 믿고 싶다. 정말로 있느냐, 사진을 보여 달라, 꼭 키워보고 싶다는 둥 허브 사이트의 폭주하는 구입 문의도 그런 믿음에서일 것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조차 모르고 식물도감에도 안 나오는 우츄프라카치아는 이미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이미 생명력을 얻었다. 그것만으로 이 식물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그럴수록 그 존재의 진실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국내 몇몇 교수들, 김하인이 봤다는 강원대 도서관에 문의도 해봤다. 벼의 스트레스를 연구한 강원대 생물공학부 식물생명공학과 조동하 교수를 거쳐 분류학의 권위자인 같은 대학 식물응용과학부 허권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허 교수는 고독한 이 식물에 대해 관심을 표한 후 찾는 즉시 메일로 알려준다더니 여태 연락이 없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우츄프라카치아가 이 세상의 꽃인지를 제일 먼저 독자들께 알려드릴 것을 약속한다. 혹여 가공의 식물로 판명나더라도 김하인의 편지 결말만은 믿으시길. 본 칼럼의 결론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마음일 테니까.
"결론적으로 말해 저는 우츄프라카치아란 식물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김하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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