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1-01-21
학교 현장에서 '체육수업'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보통 스포츠 종목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육수업은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체육수업을 통해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열정, 규율, 존중, 이타심, 용..
2021-01-16
마스크를 쓴 아이들, 띄엄띄엄 앉아있는 이 어색한 교실 풍경 속에서, 지난해는 특별한 교직생활을 보냈다.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로, 상황에 따라 아이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었다. 완전 비대면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등교로, 매일 등교로 그리고..
2021-01-14
동장군의 위엄에 영하(零下)로 몸을 낮춘 온도계 눈금은 그대로 얼었고, 코로나19의 맹위(猛威)로 걸음을 더디게 걷던 시곗바늘은 고스란히 멈췄다. 새해를 맞은 지금. 우리의 세월은 아직 2019년 12월에 있는 듯하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일 때에 반짝 주목을 받던..
2020-12-17
몇 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여러 분야의 변화가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가속화되는 듯하다. 특히 사회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능 등을 교육하는 사회화 기관인 학교는 이러한 사회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교사인 나는 이..
2020-12-11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렇지만 나는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생기셨는지는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숙부, 그리고 종조할아버지와 당숙의 얼굴을 몽타주하여 할아버지의 얼굴이며 풍채를 나에게 애써 설명하시며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으셨기 때문이다...
2020-12-03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즐거울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건강한 신체, 경제적 풍요, 원만한 인간관계, 화목한 가정, 사랑, 몰입할 일, 정서적 안정 등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운 상태가 되면 삶이 만족스럽고 즐거울 것으로 생각한다. 전혀 틀린 말..
2020-11-28
처음 교직에 대한 꿈을 키웠을 무렵,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만의 '다짐'을 가지고 싶었다. 그 시절 우연히 책에서 보게 된 '만천명월'이라는 글귀는 3년 차 새내기..
2020-11-19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정상 등교하는 상황이 되면 잘 해봐야지' 했던 생각들도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우리 생활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은 바로 그 것.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야기다. 필자는 교사로서, 학생들이 '즐거움'이라는 도구를 통해 수..
2020-11-12
우리 반 학생 중에 Y라는 한 여학생이 있다. 예의도 바르고 성격도 밝은 Y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수학에 대한 공포감이다. 그래서인지 이 밝은 학생이 유독 수학 시간만 되면 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더하기와..
2020-11-07
올해 교사로서의 삶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혁신자치유치원에서의 처음, 3세 아이들을 만났다는 처음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이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교육적 가치를 찾기 위해 시도한 수많은 처음…. 이 모든 것들이..
2020-10-29
단번에 반하게 된 2016년 청양으로의 첫 출근길….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한 시간 남짓 걸려 출근한 청양고등학교에서 만난 밝고 순수한 미소의 청양 아이들.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청양을 오가는 출퇴근길이 마치 자연으로 나들이 가는 기분이..
2020-10-22
"이거 뭔지 알아요?" 우리 학교 숲인 '감성숲'을 돌아보다 고목 사이로 올라온 굵은 줄기에 작은 불꽃 모양으로 피어난 하얀 꽃송이들을 가리키며 교장 선생님이 물었다. 내가 어떤 식물의 꽃인지 짐작도 못 하자, "두릅꽃이에요"라고 답했다. 감성숲에 심어놓은 자산홍과 앵..
2020-10-16
"선생님, 수학은 재미없고 지루해요."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던 3학년 학생이 첫 만남에 나에게 했던 말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들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한 과목을 외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싫어하는 수학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강제로 붙잡고 있는..
2020-10-14
사상 초유의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세상이 침울해 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멀어지고 마음의 허전함이 이어진다. 허전한 시간을 달래느라 TV 채널을 자주 돌리게 된다. 방황을 거듭하던 채널이 나도 모르게 트로트에 자주 머물게 된다..
2020-09-24
오래전 우리 집의 구조, 가구, 색채 등이 눈에 들어온 것이 공간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또한, 학교의 페인트 색감, 교장실, 교무실의 소파, 학교가구, 복도의 냉난방 등이 불편한 시선으로 이어졌다. 그런 시선이 학생들도 현관에서 실내화로 바로 갈아 신을 수 있는,..
2020-09-17
천직은 사전적으로 타고난 직업, 직분이라고 한다. 지금 교단에서 온 힘을 다해 애쓰시는 선생님 중에 누군가는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느껴질 무렵부터 학생들과 함께 있는 그 날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어렸..
2020-09-11
1학년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수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디카시 수업' 덕에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가 합쳐진 단어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시로 표현하는 문학 작품을 일컫는다. '디카시 쓰기'반 활동의 초석은 풍경이나 사물을 다른 것에..
2020-09-03
언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친구들을 볼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3월이면 입학과 개학을 하고, 7월이면 여름방학을 하고, 9월이면 다시 만나던 우리. 유치원에 오는 날만 기다리던 친구들이, 스물다섯 밤만 자고 만나자던 친구들이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
2020-08-27
올해 새롭게 회자되는 단어 가운데 단연 이목을 끄는 신조어는 '언택트'다. (트랜드 분석가 김용섭 씨는 '언컨택트'로 표현한다.) 언택트는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재붕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로 지금의 인류를 스..
2020-08-20
두 번 배접한 화선지를 붙이고, 중탕해둔 아교물을 두세 번 칠해 햇볕에 말리면 화판이 팽팽해진다. 스케치를 한 뒤 곱게 갈아둔 분채물감을 아교물에 묻혀가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그림을 그린다. 밑 작업 없이는 결코 그려낼 수 없는 번거롭고 지난한 진채화의 과정이다..
2020-08-14
매년 새 학년도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의 콘셉트를 정하는데 2020~2021시즌은 'LAST DANCE'로 정했다. 고3을 담당할 때는 이별의 시점을 정하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들에게는 '내년에 또 3학년 담임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제자들에게는..
2020-08-06
학교장에게 '코로나19'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무거운 과제임을 알기에 더욱 걱정스러웠던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이때에 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
2020-08-04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인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갑작스럽게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현시점에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20-07-24
양지고는 원수산 아래 자리해 숲, 야생화 그리고 자연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계절의 변화를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하루하루 자신들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꿈이 자라나는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2020-07-16
선생님으로 불리고 선생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삶보다 축복이다. 선생님으로 첫걸음을 내디디며 첫 출근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긍지와 사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런 기억들과 날들이 하나하나 쌓여 이제 교장 선생님으로서 첫 출근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