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영 조치원교동초 수학협력교사. |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던 3학년 학생이 첫 만남에 나에게 했던 말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들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한 과목을 외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싫어하는 수학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강제로 붙잡고 있는 아이는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다시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나 또한 학창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라는 말로 아이를 체념하게 만들기는 싫었다.
나는 수학협력교사이다. 기초학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수학협력교사제는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다. 수학 시간에 담임교사와 함께 들어가 교실 수업을 지원하면서 차시 수업에서 뒤처지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방과 후에는 부진 학생 2~3명의 개별화 지도를 한 후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왜 하필 수학인가? 수학은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전반에 걸쳐 필요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협력교사제의 시작은 수학이지만, 효과가 있을 시 다른 과목으로 확대되어 시행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올해 세종시의 협력교사 지원 자격은 세종에서 임용 합격 후 발령 대기 중인, 교원자격증 소지자였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과목이 수학이었다. 중학교 때 함수를 배우면서 개념 하나로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신기하고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내가 느꼈던 재미를 아이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발령 대기 중 휴식 대신 수학협력교사제를 선택했다. 그러나 내가 수학 공부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문제였다. 수학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은 수업 중에 수학책을 아예 펴지도 않고,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딴짓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읍면지역의 경우 한 반에 20%가 넘는 아이들이 심각한 수학 부진을 겪기도 하는데, 수업 중에 한 문제씩 같이 풀어주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 일부는 특수와 일반의 경계에 있어서, 더욱 세심한 지원이 필요했다.
긴 고민 끝에, 내가 학생일 적 공부 방법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7차 교육과정과 2015 교육과정이 다르듯, 수학 교육도 교과서에서 탈피해 활동을 재구성하고,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생활과 접목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예컨대, 단순히 구구단을 노래로 외우기만 했던 옛날 방식을 쓰기보다는, 보드게임과 곱셈 땅따먹기를 통해 원리와 함께 흥미롭게 수학을 습득하는 것이다. (곱셈 땅따먹기는 격자무늬에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의 곱만큼 색칠해 영역을 넓히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이런 게임을 통해 단순히 수학에 대한 흥미만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했다는 성취감을 맛보고 가정에서도 연장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익히는 것은 하루에 딱 1장으로 제한하였다. 매시간 새로운 연산 게임과, 활동을 준비해 가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다른 게임 말고 수학 게임만 하고 싶다는 아이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진다. 더불어, 느리지만 조금씩, 연산 실력이 늘어가는 건 덤이었다.
물론 단순히 흥미를 자극한다고 해서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은 아니다.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된 활동이어야 수업 목적에 부합할 것이다. 또 매시간을 게임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때로는 단순 암기가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진아 학생들은 그런 공부에 지쳐 포기해버린 아이들이었다. 입맛이 없을 때 짭짤하고 단것을 먹어 입맛을 돋우듯이, 공부할 '맛'이 떨어졌을 땐, 다시 의욕을 돋울 수 있는 활동과 더불어 선생님의 달콤한 칭찬 한마디가 필요하다. 오늘도 나는 수업을 준비하러 간다. '맛있는' 수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오도영 조치원교동초 수학협력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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