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청양고 교사 |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한 시간 남짓 걸려 출근한 청양고등학교에서 만난 밝고 순수한 미소의 청양 아이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청양을 오가는 출퇴근길이 마치 자연으로 나들이 가는 기분이 나서 참 좋다.
지금이야 새로 개통된 도로로 인해 시간도 단축되고 종종 자연을 감상할 여유를 못 누리고 질주하듯 출근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청양의 푸른 자연은 넉넉한 두 팔로 나를 안아 교실 앞으로 인도한다.
내 발걸음 소리를 듣고 굳이 교실 밖까지 나와 꾸밈없는 밝은 미소로 맞아 주는 아이들은 나의 아침을 행복하게 열어준다. 시골 버스 첫 차를 타고 이른 아침에 등교하는 부지런한 아이들 앞에서 8시 넘어 출근하는 나는 약간 멋쩍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그런 나를 기쁘게 맞아준다.
평소 불평불만이 많은 나에게 순간 순간 행복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해주는 우리 특수학급 미래반 아이들!
남들보다 공부를 못해서,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신체적인 불편함 또는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게 와준 소중한 아이들!
금융회사 등에서 10여 년 근무했던 내게 그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영원한 나의 고객이다.
특수교사로서 나는 늘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로 채워진 숙제를 가지고 산다.
과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디딤돌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상처받고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들을 잘 보듬어 주고 있는가?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견하여 길러낼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표현이 요즘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교사의 입장에서 내 뼈를 때리는 말이 됐다. 이러한 무거운 숙제와 부담감을 안고도 학교로 나를 향하게 하는 힘! 우리 미래반 학생들의 미소 띤 얼굴이 보고 싶어서다.
학교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나를 보고 환하게 반겨주는 아이, 내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아이, 작은 칭찬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아이, 취업했다고 좋아하는 아이, 졸업하고도 휴가를 내어 찾아오는 아이,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아이….
부족한 나와 어찌어찌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넘어지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그저 감사한 존재다.
올해 초 취업한 졸업생에게서 집에서 수확했다며 예쁘지는 않지만 맛좋은 고구마를 선물 받았다.
공장 일에 지치고 많이 힘들 텐데, 그 아이는 뭐가 그리 고마웠을까? 힘든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제자가 안쓰럽지만,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녀석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자신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준 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것도 고맙다.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더 없이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고, 고단한 일상에서 지쳐가는 나에게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고 얼굴을 가리고 지내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과는 그러한 장애물이 장애가 되지 못한다. 마스크로도 가릴 수 없는 미모의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기다리며 반겨주는 학교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힘차게 학교로 향한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이 가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우리 아이들이 교실 밖 세상 속에서도 밝게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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