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학교로 나를 이끄는 힘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학교로 나를 이끄는 힘

  • 승인 2020-10-29 11:02
  • 수정 2021-06-24 13:53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01030 학교로 나를 이끄는 힘(청양고 교사 오은영)
오은영 청양고 교사
단번에 반하게 된 2016년 청양으로의 첫 출근길….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한 시간 남짓 걸려 출근한 청양고등학교에서 만난 밝고 순수한 미소의 청양 아이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청양을 오가는 출퇴근길이 마치 자연으로 나들이 가는 기분이 나서 참 좋다.

지금이야 새로 개통된 도로로 인해 시간도 단축되고 종종 자연을 감상할 여유를 못 누리고 질주하듯 출근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청양의 푸른 자연은 넉넉한 두 팔로 나를 안아 교실 앞으로 인도한다.



내 발걸음 소리를 듣고 굳이 교실 밖까지 나와 꾸밈없는 밝은 미소로 맞아 주는 아이들은 나의 아침을 행복하게 열어준다. 시골 버스 첫 차를 타고 이른 아침에 등교하는 부지런한 아이들 앞에서 8시 넘어 출근하는 나는 약간 멋쩍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그런 나를 기쁘게 맞아준다.

평소 불평불만이 많은 나에게 순간 순간 행복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해주는 우리 특수학급 미래반 아이들!

남들보다 공부를 못해서,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신체적인 불편함 또는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게 와준 소중한 아이들!

금융회사 등에서 10여 년 근무했던 내게 그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영원한 나의 고객이다.

특수교사로서 나는 늘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로 채워진 숙제를 가지고 산다.

과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디딤돌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상처받고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들을 잘 보듬어 주고 있는가?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견하여 길러낼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표현이 요즘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교사의 입장에서 내 뼈를 때리는 말이 됐다. 이러한 무거운 숙제와 부담감을 안고도 학교로 나를 향하게 하는 힘! 우리 미래반 학생들의 미소 띤 얼굴이 보고 싶어서다.

학교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나를 보고 환하게 반겨주는 아이, 내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아이, 작은 칭찬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아이, 취업했다고 좋아하는 아이, 졸업하고도 휴가를 내어 찾아오는 아이,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아이….

부족한 나와 어찌어찌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넘어지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그저 감사한 존재다.

올해 초 취업한 졸업생에게서 집에서 수확했다며 예쁘지는 않지만 맛좋은 고구마를 선물 받았다.

공장 일에 지치고 많이 힘들 텐데, 그 아이는 뭐가 그리 고마웠을까? 힘든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제자가 안쓰럽지만,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녀석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자신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준 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것도 고맙다.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더 없이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고, 고단한 일상에서 지쳐가는 나에게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고 얼굴을 가리고 지내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과는 그러한 장애물이 장애가 되지 못한다. 마스크로도 가릴 수 없는 미모의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기다리며 반겨주는 학교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힘차게 학교로 향한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이 가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우리 아이들이 교실 밖 세상 속에서도 밝게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