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범 다정중 교사 |
이런 가운데서 교사인 나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올 초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책을 펼치고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가 얻어낸 조금의 답은 교사는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교육이라는 행위를 통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존 역량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며 그 역량이란 곧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태도라고 생각하였다.
고민 끝에 나름의 답을 얻었고 학부모님과 전화로 담임교사로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급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는 나의 포부를 전달했다. 학부모님들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와 여러 조언을 주시며 응원해 주시고 쌍방향 회의를 여러 번 하면서 학부모님의 의견을 수렴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다. 이런 포부를 학급에서 구체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은 교육이라는 행위로 아이들을 이끌기보다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되 다른 아이들의 자율성을 방해하는 행위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나서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왔다. 여느 때 같으면 내가 학급 규칙을 제시하고 아이들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학급자치 활동을 진행했지만,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의 양해 아래 학생들이 학급 청소와 1인 1역 등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니까 아이들은 '청소가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떠든다.'라는 등의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점에 나는 자율시간을 이용해 우리 반 분위기가 어떤지 돌아보고 행복한 반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아이들은 행복한 반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나는 아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역할을 맡아 아이들 스스로가 1인 1역과 학급 규칙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신이 이런 것들을 만든 것에 자부심을 느낀 나머지 열심히 하지만 아이들이기에 다시 흐트러진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책임을 강조하였고 큰 문제 없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적극적인 아이들과 의미 있고 행복한 학년말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생경한 것이 아닌 인류의 역사 가운데서 항상 있었던 변화의 물결 중 하나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가운데서 교사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힘을 길러주어야 하며 이러한 힘은 결국 민주시민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시민은 태생적으로 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기회와 숙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형성되는 존재이며 그 시작이 학급이라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교사는 그 시간을 수업이라는 시공간에서 끊임없이 제공해야 하며, 그 과정 가운데서 스스로 생각하며 판단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한 것이다.
/정기범 다정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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