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대천중학교 교사 |
나는 중학교 체육교사다. 올해 처음으로 학생부장 업무를 맡고 여러 가지로 체육수업과 연계해 느끼는 부분이 많다. 체육수업과 운동부 지도에 열중하던 교직 생활이었는데 처음 시작하는 학생부 일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체육수업을 하다 보니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갔다. 모두가 힘들었을 2020학년도를 뒤돌아보며 체육수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3학년 수업을 맡은 나는 지난해 5월 27일 첫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 변한 학생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몰라보게 몸무게가 늘고, 간단한 체조를 하는데도 숨을 헉헉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의 답답하고 활동적이지 않은 생활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3학년의 첫 수업은 격렬한 운동이 아닌, 교육부에서 홍보한 면역력 체조를 체육관에 크게 틀어놓고 같이 따라 하면서 그동안의 못 했던 운동을 시작했다. 천천히 운동 강도를 높여 정상적인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바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보령시에서는 처음으로 쌍방향 온라인 체육수업을 진행했다. 3000명이 모여 있는 체육교사 단톡방에서 많은 체육교사가 쏟아내는 아이디어와 활동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체육교사들의 집단지성에 다시 한번 자부심을 느꼈다. 나는 학생들이 가정에서 건강체력과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구상하였고 타바타 운동을 직접 제작하고 수행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타바타 운동을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을 직접 보여주고 타바운동을 계획하고 등교수업 시 본인이 직접 구성한 타바타 운동을 수행했다.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참여 중심적인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여 직접 본인의 수준에 맞는 운동을 구성하고 수행하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용기와 책임감,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학교에 와서 또 하나의 교실인 운동장에서 스포츠를 통해 뛰어놀고 그 안에서 서로 배려하며 존중하고, 규칙 안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상상력을 발전시키며 성공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2020학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약된 체육수업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잃게 하는 한해였다.
더불어 등교하는 학년의 학생들은 매일매일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났고 학교폭력도 여러 건 일어났다. 등교하지 않을 때는 사이버상의 학교폭력도 있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학교폭력 관련 일들이 줄어야 맞지만, 오히려 발생 빈도가 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선생님이 코로나 시대에 체육수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학교는 지·덕·체 교육을 통한 전인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곳이다. 교실 안에서 책과 영상으로만 인성교육을 할 수는 없다. 운동장에서 체육수업 중 실제 갈등 상황과 관계 속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진정한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체육수업의 스포츠 활동을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핵심역량 중 열정, 규율, 존중, 이타심, 용기, 책임감, 회복력, 상상력 등을 배우고 전인교육의 완성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나는 오늘 아침도 '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로 가르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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