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정 교사(서산 성연중) |
디카시 수업은 일주일에 하루 2시간 수업이 있는데, 첫 번째 수업시간에는 자신의 휴대폰을 가지고 교실 밖으로 나가 마음에 드는 풍경과 사물을 찍는 활동을 한다. 국어 문학 수업시간에 배운 은유, 직유를 마음의 눈으로 장착하고 풍경들을 사진 속에 담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간에는 교실로 돌아와 마음으로 찍은 사진에 이야기를 엮는다. 마음 속에 담은 풍경이 마치 무엇과 같은지, 느낌은 어떤지, 그것을 통해 어떤 마음이 드는지 등 자유롭게 생각그물로 엮는다. 그렇게 탄생한 낱말구슬을 하나 하나 꿰어 시로 쓰는 것이다.
"얘들아, 여기 벚꽃이랑 목련꽃이 어깨동무하고 있어."
"우와! 선생님, 돌고래 옆에 거북이 친구가 있어요."
아이들이 사물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니 그대로 시가 되었다.
채민이가 말한 돌고래 옆에 거북이 친구는 우리 학교 연못에 있는 돌고래 모양 분수대 옆에 있는, 거북이 모양의 소나무를 빗대어 표현했다. 마치 혼자있는 돌고래가 외로울까봐 친구 돌고래에게 가는 거북이 친구 같다고 표현한 마음이 참 예쁘다. 려원이가 말한 어깨동무한 친구는 봄날 만개한 목련꽃과 벚꽃 나무의 가지가 서로 닿아 마치 어깨동무한 친구라고 나무 사이의 우정을 표현했다. 시골 길 논에 벼들이 점점 누렇게 익어 가듯, 감나무에 대봉이 홍시가 되어가듯, 우리들은 그렇게 사진을 쓰고 시를 찍으면서 시인이 되어갔다. 신이 거꾸로 심은 나무를 용케도 알아본 아이, 그 앙상한 뿌리에 잎이 돋아나고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맺힐 때까지 서른 아홉 명의 디카시반 아이들은 시인이 되어갔다. 옹골지게 영근 시들이 아이들 마음 속에서 별처럼 빛났다.
한 아이가 말했다. "시를 쓰면서 제 생각의 크기가 평소보다 두 배는 자랐어요. 예전에는 지나가는 길에 꽃을 보아도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는데, 이제는 꽃을 보면 그 꽃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예쁜 것은 뭐든 찍고 싶게 된 마음이 디카시 쓰기반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수업 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던 일, 학교 뒷산을 걸으며 푸른 나무를 보고 숲 풀을 걷던 일, 시를 쓰면서 웃고 떠들던 일들이 전부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디카시 쓰기반은 시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준 저의 친구예요. 앞으로 시 쓰는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게요. 제 생각이 많이 자랐습니다."
마음은 풍경을 담고,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디카시 쓰기 수업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시인으로 거듭났으리라. 2020년 올해도 새로 입학한 1학년 학생들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 길을 걸으며 사진을 쓰고 시를 찍는다. 나의 염원은 우리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연과 풍경을 담으며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시를 쓰고, 평생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 시는 우리를 맑은 영혼으로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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