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해 양지고 교사. |
꿈이 자라나는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고민한다. 교육과정이 변화하여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짐에 따라 작년 처음으로 교육과정 박람회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 7월 학기 말 2일간의 박람회 운영을 위해 주관부서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학년부와 교과별 협의회 등을 여러 차례 실시해 운영 계획을 구체화했다. 더불어 교사 연수, 리플릿 제작, 전공별 로드맵 제작 및 부스 설치 등 모든 준비가 일정에 맞게 진행됐다. 그러나 처음 진행하는 박람회이기에 학생들의 참여 및 반응은 예상할 수 없어 걱정과 기대의 마음으로 교육과정 박람회 날을 맞이했다.
교육과정 박람회 당일, 양지고 강당에는 국어, 외국어, 수학, 과학, 사회, 생활·교양, 담임상담 및 진로·진학상담 등 총 10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부스 안 테이블에는 본교 교사들이 상담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 3교시를 시작으로 4개 반 100여 명의 학생들이 강당으로 입장하였고, 15분의 학생 연수 후 90분간의 부스체험이 시작됐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모습이 펼쳐졌다. 학생들이 리플릿을 들고 교과별 부스를 이동하며 선생님들과 진지하게 상담에 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선택 과목에 대한 질문부터 진로·진학 그리고 교과별 공부법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였고, 교사들은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 상담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예정되었던 2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학생들이 퇴장하지 않아 다음 학급의 입장이 지연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렇게 2일에 걸쳐 8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과정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교육과정 박람회 전 학생들의 참여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다. 그런데 행사를 시작하니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은 감동을 넘어 울컥함을 느끼게 했다. 나누어준 리플릿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장난 끼 많은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몇몇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박람회에 참여한 소감을 물어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웃어줄 때는 그동안의 걱정이 한순간에 날아가기도 했다. 또한 8시간이 넘도록 부스에서 상담을 하며 학생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하는 교사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쁜 학기 말, 시간을 쪼개 교과별 자료를 제작하고 전시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모습들은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지친 기색에도 학생들의 필요한 것과 고민이 무엇인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을 때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상담 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따뜻한 웃음으로 답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학교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모두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꿈을 꾸고, 꿈을 만들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그 모든 것을 함께하는 교사가 있다.
지금 우리는 두 번째 교육과정 박람회를 준비 중이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과 같은 운영은 어렵겠지만, 소규모로 축소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된다.
/정은해 양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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