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초등학교 박근숙 교장. |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예년과는 달리 설렘의 순간을 준비하며 분주하기보다는 모두가 느끼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에 아이들의 배움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해졌고, 학교가 의료기관과 함께 감염병의 최전선이 된 지금까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날들이었다.
혹자들은 학교가 감염병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등교를 전면 중지하고 원격수업으로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는 뭇매를 던지기도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과 함께 교육의 책무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감염병의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학교의 안전과 교육을 균형 있게 지켜내고 있는 대전교육청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성원을 보낸다. 모두가 걱정하던 학교집단 감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음은 모두 그들 덕분이고, 앞으로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 믿는다.
남선초는 대전 유일의 벽지학교로서 학생 수가 50명 미만이기에 격주 등교 없이 전교생이 모두 등교하고 있다. 등교를 걱정하는 학부모님들께 방역과 교육의 두 가지를 모두 잘해낼 것을 약속하며 학교의 방역절차와 보건안전 메뉴얼에 따른 시스템을 믿고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하였다. 이런 나의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선초 교직원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전교육청이 있기에 안전과 교육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결정과 운영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감염병 예방과 등교수업 준비로 어느 때보다 학교 구성원 간의 협의와 협력이 필요한 이때, 학교장인 나에게 든든한 존재로 함께 힘을 보태준 사람! 바로 우리 보건 선생님이셨다.
평소에 보이는 수줍은 듯, 다정하고 여린 모습과는 달리 '감염병 관리는 메뉴얼대로!'라고 외치는 고집스러움이 있는 사람, 급식실에서 동료 선생님은 물론 나에게도 "교장 선생님, 급식실에서 대화는 금지입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분은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적외선 발열 체크기의 정상작동을 확인하고 준비하느라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고, 학생들 등교 전에 실내 환기를 시킨다고 미리 전 교실을 다니며 모든 교실 창문을 열어놓으셨다. 학생들의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 입력 결과를 매일 확인하고 부모님들과 부지런히 연락하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과 학부모의 건강과 동선까지 일일이 챙기시던 보건 선생님. 낯설고 힘든 시기에 학교장으로 겪는 어려움을 함께 지켜봐 주고 치유해주려 노력했던 따뜻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온 힘을 다해 애써주는 보건 선생님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소중함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라는 낯설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 전문가로서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학교를 지켜주고 학생들과 교사 한 명 한 명을 살피시느라 최선을 다하시는 전국의 보건 선생님들. 의료진들을 위해 진행되던 '덕분에' 챌린지의 엄지손가락을 그들을 위해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즐겨듣는 '폴 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노래를 함께하고 싶다.
한줄기 빛처럼 다가와 날 웃게 한 당신, 불안했던 우리의 모든 날을 함께 해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와 함께한 당신의 모든 날, 모든 순간도 행복함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보건 선생님들이 계셔서 우리는 혼란과 두려움 앞에서 희망을 찾고, 이 힘든 시기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모든 학교에서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신 보건 선생님, 당신 덕분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남선초등학교 교장 박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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