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수 여울초 교사 |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로, 상황에 따라 아이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었다.
완전 비대면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등교로, 매일 등교로 그리고 다시 현행의 일주일에 한 번 등교로, 2학기가 되며 3개월 정도 대면하여 보았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의해 아이들을 다시 한번 품에서 놓치게 되었다.
마스크에 가려져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참 안쓰러웠다.
아이들은 긴 등교 연기로 집에서의 생활보다 학교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다.
너희들이 잘못한 것은 없는데, 어른들이 못나서 애꿎은 너희만 많은 것을 잃는다며 어른으로서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처음 시도해보는 영상 편집과 ZOOM을 이용한 원격 수업, 새로운 형태의 대면수업과 급식시간 등 모든 일들은 나를 많이 긴장하게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반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 싸워야 했다.
파편처럼 흩어진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마음을 모으는 일, 한 명 한 명 들여다보는 일은 어렵겠다는 마음이 속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이기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
내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내 마음과 진심을 잘 이해해주었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접촉하거나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된다는 새로운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참 힘든 일이지만, 몇 번 나와 함께 비접촉 놀이를 하고 회의를 거치니 이제는 스스로 교실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얘들아 우리 돌아가면서 끝말잇기 하는 거다", "앉은 자리에서 아이 엠 그라운드 하자"
ZOOM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 소그룹 회의실 만들어 주세요! 오늘은 새로운 친구들로 구성해 주세요!", "오늘은 △△이와 친해졌어요!"
교실에서 교수학습방법도 많이 제한이 되었지만 즐겁게 학습하는 법을 찾아갔다.
학습내용 빙고판 만들기, 모둠별 골든벨 게임하기, 마스크 꼈으니 더욱 두려움 없이 발표하는 법 연습하기 등 최선을 다해 공부하려고 했던 아이들 모습이 기억난다.
예년과 비교하면 올해의 상황은 분명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가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올해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이 다가와 우리를 불편하고 어렵게 만든다 할지라도 마음을 모으는 방법을 배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이, 나와 아이들의 삶 가운데 언제나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오지수 여울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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