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2023-03-20
링크트인의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실리콘밸리에서 유일한 욕설은 '끝났다(finished)’는 말이라는 걸 기억하라고 했다. 만약 스스로를 최종 완성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끝나버린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끊임없이 개선될 수 있는 상태인..
2023-03-13
법대 교수들을 향한 냉소의 말이 있다. '만사를 법대로 하자는 무리'라는 지칭이 바로 그것이다.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에 굳이 낯설고 어렵기만 한 법조문 들이대면서 이렇게 하여야 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간섭하는 법대 교수들이 마냥 곱게 보일 리가 없었기에 어찌 보..
2023-03-06
더불어민주당은 3월 3일 '대장동 특검 법률안'을 단독 발의했는데, 법안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대상인 이재명 대표가 수사할 검사를 입맛대로 고르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의 부실수사가 자초한 것이라며 맞받아치고..
2023-02-27
요즘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사회가 시끄럽다. 사전을 찾아보니 '기존 체제에 대항하면서 개혁을 통해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을 진보라 칭하고, '전통 가치와 안정을 지향'하는 것이 보수라고 말한다. 둘 다 좋은 말인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정의는 제대로 되어있으나 결국..
2023-02-20
2월 하순이 되면서 대학 교정에는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 졸업생들과 꿈과 희망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하는 새내기들이 교차하고 있다.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로 얻는 졸업과 입학이라는 열매의 기쁨과 성취감이 가득하기도 하지만, 졸업 후 취..
2023-02-13
2월은 대학교 졸업 시즌이다. 교수로서 나는 졸업식에 참석을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 졸업식에서 학과 학생들을 격려하는 시간에 누가 왔을까 기대하면서 식장에 들어서면 한두 명만 앉아 있어 민망했던 기억 때문이다. 물론 대학원생들의 경우는 예외다. 이럴 때면 내 머릿속에..
2023-02-06
1964년 스물세 살의 소설가 김승옥은 '무진기행'을 발표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삥 둘러싸고 있는 곳"이 무진이었다. 무진의 안개는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했다. 손으로 잡을 수 없..
2023-01-30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고, 문자와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업적도 많았지만, 극악무도한 짓을 많이 한 폭군으로도 유명하다. 강력한 권력을 얻고 아방궁을 지어 영원히 살 것만 같았던 진시황은 50세의 나이에 갑자기 죽게 된다. 죽음이 두려워 부..
2023-01-16
요즈음에는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것 같지만,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숙맥 혹은 쑥맥’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판단력이 좀 부족하거나 그다지 어렵지 않은 뭔가를 모를 때 숙맥이라고 표현하였다. "저 숙맥 좀 봐!"라는 표현이 이를 가장 잘 그럴듯하게..
2023-01-09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고 이 대표는 오는 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답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성남F..
2023-01-02
새해다! 시간의 연속성에는 한계가 없음에도 굳이 기간을 정해 이름을 붙이는 일은 그렇게 해야만 시간의 실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일주일은 7일로 구분하며 일 년을 24절기로 나누어 정한 것도 다 그런 연유다. 오히려 '시간은 연속하지 않..
2022-12-26
서양 문명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의 중심지에는 아크로폴리스가 있다. 신전과 극장, 광장이 밀집된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기원전 5세기에 세워진 아테나 여신을 모시는 파르테논 신전이다. 건물 재료, 구조와 형식, 조각 장식 등에서 서양..
2022-12-19
연말을 맞아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와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의 '위령공편'에 있는 ‘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2022-12-12
대전의 어떤 언론인은 끝 여름의 어느 날, 1,500자 칼럼을 쓰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갔다. 법정 안에서 어떤 기업의 전 대표였던 아무개의 형사재판이 열렸다. 그 아무개에게 닦달당한 사람들은 법정 바깥의 뙤약볕 아래 서 있었다. 천안지원에 다녀온 언론인은 칼..
2022-12-05
AI 머신들의 진격이 시작됐다. 스멀스멀 침투하는 머신들과 곳곳에서 격전을 벌이던 어르신들이 패퇴하여 20세기에 갇히는 일이 잦아졌다. 어릴 적 부모 세대들이 TV 리모컨을 마다하고 엉덩이 바닥 끌기 신공으로 이동해 채널을 돌리던 것을 보며 자란 이들이다. 어떻게 하든..
2022-11-28
우리는 자신에게, 혹 누군가에 대한 기대를 갖고 살아간다.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더 좋겠다'는 기대는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구성원 간에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토대이기도 하다. 이 기대가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실망하고 아쉬워한다. 그 기대가..
2022-11-21
공탁법의 개정으로 새로 도입된 '형사공탁의 특례'가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다. 일견 공탁제도를 방법적인 측면에서 개선한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곱씹어 볼 만한 곡절과 의미가 적지 않다. 원래 형사사건에서도 피해배상금의 공탁은 민사사건의 변제공탁(채..
2022-11-14
2022. 10. 29.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가 1명 더 늘어 158명에 이르렀고, 부상자는 196명이라고 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인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2022-11-07
믿기지 않는 참사가 다시 일어났다. 어떻게 이 시대에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는 대한민국에서 그야말로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지 모든 국민이 망연자실한 상태다. 나라가 애도 기간으로 정해 국가적인 슬픔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지하철역 출구에 쌓이는 국화 송이와 손편지..
2022-10-31
백년설은 여러 노래를 불렀다. <번지 없는 주막>과 <나그네 설움>이 특히 유명하다. <번지 없는 주막>은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으로 읊조려진다. 백두산 어귀의 주점으로 추정한다. <나그네 설움>의 1절은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로 운을 뗀다...
2022-10-24
북한의 평양시 강동군 문흥리의 대박산 기슭에는 이른바 ‘단군릉’이 있다. 한 변 길이 50m의 정사각형 평면과 높이 22m의 9단의 계단식 피라미드 형태인 이 무덤은 고고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현대 건축물이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 고구려 장군총의 형태를 모방·확대..
2022-10-17
현재 한국의 수많은 지방 사립대학교에서는 영문학과 등 영어 관련 학과들이 대부분 모집정지됐다.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수능시험에서 영어 교과만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과는 선택과목으로 시수가 대폭 축소됐다. 이..
2022-10-05
의술 수준이 낮고 영양 공급원도 충분하지 못한 과거에는 유아 사망률이 심각했다. 지금이야 치료제가 많이 나와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기침과 구토를 동반하는 백일해(百日咳)의 경우 첫돌 미만 영유아의 치명률이 가장 높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2022-10-03
많은 이들이 후회하는 것처럼 필자도 풋풋했던 대학 시절을 누리지 못하고 하루바삐 취업해 돈을 벌 궁리에 몰두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 생활도 타성에 젖어갈 즈음엔 빨리 은퇴해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노니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이제 그런 직장 생활도 마쳤으니 바라던 대..
2022-09-26
철옹성처럼 완고하기만 하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새롭게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 양성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전환점이었다. 엘리트 중심의 법조인 선발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띠고 출범한 로스쿨 제도는 많은 순기능을 발휘해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