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진 교수 |
특히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 생활에 대한 선망이 헛된 신기루였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학업이나 취업, 진로 걱정을 잠시 미뤄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학의 교육 시설과 환경은 초중고 시절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의 초중고 학령인구는 582만명이었다가 작년에는 539만명으로 43만명이나 감소하였지만 초·중·고 교육에 투입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규모는 오히려 46조원에서 81조원으로 35조원이나 늘어났다. 그 결과 작년 학생 1인당 교부금 규모는 1528만원으로,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의 2.2배가 넘고 있다. 대학 운영의 주요 재원인 등록금은 이와 대조적으로 15년째 동결되고 있으니 대학 시설이 갈수록 열악하고 노후화되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정부에서는 앞으로도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교부금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교육청의 기금 누적액만 작년에 20조가 넘는 현실을 고려하여 교부금 일부를 대학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미래의 교육재정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과 고등 교육에 대한 공공적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가 사회적 논의 등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학 설립 및 운영 규정을 개정하여 교사와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의 기준을 완화하려 시도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교육부가 규제 완화라는 핑계를 대고 ‘시장주의’ 고등교육 정책을 추구하면서 학교 법인과 대학 운영자 등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양질의 대학 교육을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려는 공공적 고등교육의 장기적 목표와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가 최근 대학 정책의 권한과 재정지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려 시도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최대 문제인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할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의무를 회피하고 재정자립도가 천차만별인 지방자치단체, 특히 열악한 지방의 지자체에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뒤처리와 재정지원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잘못된 시도다. 현재도 크게 벌어진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격차를 더욱 키우면서 시장 중심 논리로 지방의 사립대학부터 폐교의 구조조정을 초래하여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확대할 것이다.
또한 2027년까지 지방에 30개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하여 재정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교육부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은 지방대학 육성의 탈을 쓰고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는 대학은 생존 불가능하다고 선포하는 또 다른 대학 살생부의 공포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교육정책 담당 부서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의 균형 발전과 수도권과 지방, 국·공립과 사립 대학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 고등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초·중등/고등 교육의 균형을 도모하는 장기적이고 공공적인 목표와 전략을 추구하면서 지방교육 재정교부금과 유사한 성격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여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계가 당면한 대학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지방 대학의 소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주의가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학 교육 정책을 즉시 전면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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