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특검 후보자 2명의 추천권이 모두 민주당에게만 있도록 설계된 특검법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특검법이 발의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은 연봉 4,600만 원을 받던 대리 직급으로, 6년도 다니지 않은 회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것인데, 1심 법원은 위 50억 원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언론보도의 주된 내용이다.
퇴직금이라는 것은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이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으며, 그 지급금액은 직전 3개월 급여의 평균월급×근무연수 정도로 계산되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월 400만 원 받던 근로자가 6년 만에 퇴사하면 회사로부터 2,400만 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을 뿐이라서 퇴직금 50억 원이라는 언론보도는 과장된 것으로 보여 1심 판결문을 읽어 보니 50억 원을 받은 명목은 성과급이었던 것으로 판시돼 있었다.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성돼 있고, 그중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5,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만 벌금 800만 원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두 가지는 모두 무죄를 받았다.
뇌물과 관련 쟁점이 된 것은 직무와 관련해 수수된 금원인지와 아들이 받은 50억 원이 곽상도 전 의원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인가인데, 직무 관련성에 대해선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위원으로서 직무가 대장동 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아 이를 인정했다.
다만, 아들이 받은 50억 원을 곽상도 전 의원이 받은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아들이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았다거나 아버지가 평소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어 아들이 금원을 받음으로써 아버지가 지출을 면하게 되는 관계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죄형법정주의,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상 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돼야 하기에 검찰이 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면 이러한 무죄판결이 문제될 건 없다.
다만 제1심 판결문을 보면 김만배가 아들에게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말했다고 공동투자자들에게 말한 사실이 인정된 부분이 눈에 띈다. 김만배가 이렇게 말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공동투자자들에게 공통경비가 많이 쓰였다는 것을 과장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다고 하는 김만배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신빙성을 배척한 판단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아들에게 지급된 50억 원의 성과급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김만배가 공동투자자들에게 한 말에 신빙성을 부여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예비적으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제3자 뇌물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알선수재 혐의가 무죄로 난 것과 궤를 같이하는데, 검찰은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려고 하자 곽상도 전 의원을 통해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알선수재의 공소사실로 적시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1심 판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예견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검찰이 너무 안이하게 기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고 항소심에서는 보강수사와 정치한 법리 전개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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