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교수 |
게다가 인공지능기술 기반의 자동통·번역기의 발전은 영어를 힘들게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인식 전파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10여 년 전부터 "2020년이 되면 자동통·번역기의 발달로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된다"는 유명 미래학자의 예측이 이러한 국가교육정책에 영향을 끼쳤고 민간의 의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정말로 자동통·번역기에 의존해서 영어공부를 안 해도 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네이버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여행이나 소규모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성능이 80%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하게 됐더라도 극도로 민감하고 중요한 비즈니스현장에서 사용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점이다. 아직 부정확한 나머지 20%가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번역기로 번역한 다음 표현들을 살펴보자. "영문을 모르겠네 I don't know English." "우리끼리하다 play with each other." "통촉하옵소서 please contact me." "난 돈이 필요하다고, 백조가 필요하다고 I need money I need a swan." "머리를 써라 Write your head." 이 결과를 보면 아직도 구글 번역기는 갈 길이 멀다.
더 큰 문제는 자동통·번역기가 문맥을 전혀 파악을 못 한다는 점이다. 다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자. "A: 우리 헤어져. - B: 어떤 놈이야?" 구글 번역기는 이렇게 번역해줬다. "A: We break up. - B: What kind of guy are you?" 우리는 이 상황이 남녀가 이별하는 상황인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럼 여기서 여자는 누구일까? 사람은 너무도 쉽게 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을 인공지능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다시 질문을 해보자. 자동통·번역기가 있는데 영어공부를 해야 할까? 물론이다. 가장 먼저 취업할 때 영어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구직자들에게 토익시험 점수나 영어 말하기시험인 토익스피킹 점수를 요구한다. 비즈니스현장에서는 영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영어 공부 할 필요 없다는 주변의 말에 속지 말자. 두뇌 발달이 가장 두드러진 중·고등학생 때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대학교에 와서 시작하기 정말 힘들다. 그리고 졸업할 때는 영어를 못해서 취업을 잘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영어는 필수적이다. 해외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서 그들과 의사소통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영어를 잘할수록 좋다. 서로 언어가 다른 많은 외국인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수많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때 서로가 의사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언어는 만국 공용어가 바로 영어인 것이다.
셋째 영어 공부는 학문적으로 고등사고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영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다른 언어로 배우기가 가장 어려운 언어이다. 따라서 영어를 배우는 것은 어렵고 힘들어서 머리가 아프다. 즉,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려서 영어를 배우면 영어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한국어와는 다른 사고체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재미없는 시험 대비 영어 공부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한 개씩 찾아서 탐구해 보자. 어릴 때부터 우주 탐사에 관심이 많았던 제자 한 명은 중학교 때부터 영자신문과 유튜브로 우주 로켓 개발과 발사에 대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읽고 보아왔다. 심지어 이걸 해외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영어로 대화했다고 한다.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할 때 그의 토익시험 점수는 만점이었고 영어회화는 수준급이었다. 이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영어로 1000 시간 정도 투자를 해보자. 쏠쏠한 그 재미에 빠져들어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 능통자가 되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