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1-04-15
차령산맥의 한 줄기, 계향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작고 아름다운 부여 내산초등학교는 방문객을 반기는 해사한 시와 바람개비가 행복의 기운을 불어넣는 곳이다. 학교 운동장의 늙은 느티나무와 벚꽃은 작은 마을의 기나긴 역사를 말해준다.산촌 지역에 있는 내산초는 전교생 38명의..
2021-04-12
얼마 전 뉴스와 신문 기사에 2020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조사대상 201개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명 아래(0.98명)로 처음 떨어진 이후 2019년은 0.92명까지 하락하였으며 2020년은..
2021-04-01
2019년 가을, 4년의 긴 도전 끝에 드디어 여중부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됐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교육감배 결승전에서의 3점 버저비터와 역전 우승. 그 간의 노력을 모두 보상받고도 남을만한 흥분감에 들떠있던 중,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2021-03-25
요즘 TV에서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말이 또 있다. 바로 '꼰대'라는 말이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학생들이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는 거란다. 최근에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2021-03-18
2021년 1월, '귀하는 3학년 2반의 담임 선생님으로 1년 동안 3학년 2반을 위해 헌신하시고, 따스하고 깊은 사랑을 몸소 행하셔서 저희들을 보살펴 주셨습니다. 1년 동안 저희를 보듬어 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1-03-11
2021년의 3월은 1학년 신입생들의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학교가 3월 개학을 하지 못했고, 학교는 그야말로 아이들 없..
2021-03-04
영국의 시인 새뮤얼 존슨은 '새로운 친구를 계속 사귀지 않는다면, 곧 홀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뮤얼 존슨의 말처럼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고 해서 단어 그대로 '홀로' 남겨지지는 않겠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는 일은 당연한 것 같다...
2021-02-25
잔뜩 웅크렸던 몸이 꽤 따스해진 온기에 사르르 녹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 희망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계절, 3월은 봄이 오는 것만큼이나 찬란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메워지는 달, 바로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다. 3월이 다가오면 설렘 반, 걱정 반에 잠을 이루지 못..
2021-02-18
좋은 독서경험은 평생 독자를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독서경험은 독서습관을 형성할 수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 도서관을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독서프로그램을 기획하다보면 성취감과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사서선생님이..
2021-02-05
해밀초등학교는 2020년 9월에 개교해 전교생이 전학생이다. 이전 학교에서 어디까지 배웠는지, 원격학습 기간에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하여 학생들의 수학익힘책을 슥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희한한 현상을 목격했다. 5학년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원은 보통 정해져 있는데, 이번..
2021-01-28
현대는 인공지능 시대다. 조만간에 아침 출근할 때 기사 없는 택시를 타고, 요리사 없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퇴근 후 심판이 없는 경기장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다. 그리하여 업무를 끝마치고..
2021-01-21
학교 현장에서 '체육수업'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보통 스포츠 종목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육수업은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체육수업을 통해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열정, 규율, 존중, 이타심, 용..
2021-01-16
마스크를 쓴 아이들, 띄엄띄엄 앉아있는 이 어색한 교실 풍경 속에서, 지난해는 특별한 교직생활을 보냈다.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로, 상황에 따라 아이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었다. 완전 비대면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등교로, 매일 등교로 그리고..
2021-01-14
동장군의 위엄에 영하(零下)로 몸을 낮춘 온도계 눈금은 그대로 얼었고, 코로나19의 맹위(猛威)로 걸음을 더디게 걷던 시곗바늘은 고스란히 멈췄다. 새해를 맞은 지금. 우리의 세월은 아직 2019년 12월에 있는 듯하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일 때에 반짝 주목을 받던..
2020-12-17
몇 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여러 분야의 변화가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가속화되는 듯하다. 특히 사회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능 등을 교육하는 사회화 기관인 학교는 이러한 사회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교사인 나는 이..
2020-12-11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렇지만 나는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생기셨는지는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숙부, 그리고 종조할아버지와 당숙의 얼굴을 몽타주하여 할아버지의 얼굴이며 풍채를 나에게 애써 설명하시며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으셨기 때문이다...
2020-12-03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즐거울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건강한 신체, 경제적 풍요, 원만한 인간관계, 화목한 가정, 사랑, 몰입할 일, 정서적 안정 등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운 상태가 되면 삶이 만족스럽고 즐거울 것으로 생각한다. 전혀 틀린 말..
2020-11-28
처음 교직에 대한 꿈을 키웠을 무렵,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만의 '다짐'을 가지고 싶었다. 그 시절 우연히 책에서 보게 된 '만천명월'이라는 글귀는 3년 차 새내기..
2020-11-19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정상 등교하는 상황이 되면 잘 해봐야지' 했던 생각들도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우리 생활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은 바로 그 것.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야기다. 필자는 교사로서, 학생들이 '즐거움'이라는 도구를 통해 수..
2020-11-12
우리 반 학생 중에 Y라는 한 여학생이 있다. 예의도 바르고 성격도 밝은 Y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수학에 대한 공포감이다. 그래서인지 이 밝은 학생이 유독 수학 시간만 되면 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더하기와..
2020-11-07
올해 교사로서의 삶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혁신자치유치원에서의 처음, 3세 아이들을 만났다는 처음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이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교육적 가치를 찾기 위해 시도한 수많은 처음…. 이 모든 것들이..
2020-10-29
단번에 반하게 된 2016년 청양으로의 첫 출근길….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한 시간 남짓 걸려 출근한 청양고등학교에서 만난 밝고 순수한 미소의 청양 아이들.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청양을 오가는 출퇴근길이 마치 자연으로 나들이 가는 기분이..
2020-10-22
"이거 뭔지 알아요?" 우리 학교 숲인 '감성숲'을 돌아보다 고목 사이로 올라온 굵은 줄기에 작은 불꽃 모양으로 피어난 하얀 꽃송이들을 가리키며 교장 선생님이 물었다. 내가 어떤 식물의 꽃인지 짐작도 못 하자, "두릅꽃이에요"라고 답했다. 감성숲에 심어놓은 자산홍과 앵..
2020-10-16
"선생님, 수학은 재미없고 지루해요."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던 3학년 학생이 첫 만남에 나에게 했던 말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들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한 과목을 외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싫어하는 수학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강제로 붙잡고 있는..
2020-10-14
사상 초유의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세상이 침울해 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멀어지고 마음의 허전함이 이어진다. 허전한 시간을 달래느라 TV 채널을 자주 돌리게 된다. 방황을 거듭하던 채널이 나도 모르게 트로트에 자주 머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