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진 해밀초 교사 |
마침 교육청에서 '이야기가 있는 수학교실'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방학 동안 학생들이 수학 학습 결손을 메우고 학습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수학 캠프를 신나게 열어보자는 것이다. 나는 흔쾌히 지원했다.
"방학 때 수학교실에 올 사람? 이야기랑 놀이 위주로 운영할 거야. 방탈출도 섞어서."
방탈출? 학생들이 눈을 번쩍이며 시선과 의견을 빠르게 주고받았다. 한 명이 "저요!"라고 외치자, 여기저기에서 저요, 저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열여섯 명이었는데 열한 명이 신청했다. 방역 때문에 놀이에 굶주려하던 학생들에게 공식적인 놀이터를 제공해준 셈이다. 동 학년 선생님들과 수학교실 운영 연수 교재를 참고하여 수학 놀이터를 꾸미기 시작했다.
대망의 첫날, 몇몇 학생들이 투덜댔다. 방학에 아침 일찍 수학 공부하러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럴 줄 알고 '지옥에서 온 분수의 곱셈 이야기'를 준비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반 학생 중 아름이의 꿈속에서 있었던 일로 시작한다. 세 교실에 숨겨진 문제 쪽지를 찾아 풀면서 좀비가 된 학생들은 인간 학생들을 감염시키고, 인간 학생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한바탕 수학 추격전을 마치면 아름이는 꿈에서 깰지 말지 정해야 하는데, "잠자는 게 좋다"며 꿈에서 깨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아름이의 꿈속에서 계속 수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첫날이 나쁘지 않았는지 다음 날부터는 투덜거리며 등교하는 학생들이 없었다. 간단히 복습한 뒤에 소수의 곱셈 할리갈리 게임을 토너먼트 전으로 진행했다. 수학적 약자를 부전승 자리로 배려하고 대진표를 뽑았다. 소수점 옮기는 원리를 헷갈려 했던 약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경기를 헤쳐나가더니 우승을 해버렸다.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어떤 이는 활짝 웃고, 어떤 이는 깜짝 놀라고, 또 어떤 이는 원통해 하며 다음 기회를 도모했다.
나흘째 되는 날에는 분수의 크기를 양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했다. 분수 감각을 채워주고 싶었다. 수학교실 마지막 날에 학생들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과 가장 필요했던 활동을 하나씩 꼽아달라고 했는데, 이날 했던 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활동으로 뽑혔다. 어쩐지 활동 몰입도가 평소와 달랐다.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으로는 수학 방탈출이 나왔다. 두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수학 문제를 풀었는데 몇몇 팀은 계산 실수가 발생하여 검산만 몇 번씩 하는 바람에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결국 방탈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진이 빠져서 집에 갔다. 좌절감을 안겨 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그 학생들도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으로 방탈출을 꼽았다. 게임의 결과를 떠나 과정이 재밌었다면 또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7일간 9시부터 11시 40분까지 학생들은 규칙적으로 학습 결손을 채워나갔다.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올라오는 과정을 눈으로 본 듯했다. 학생들은 수학 학습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와주고, 풀이과정을 꼼꼼히 검토하고, 놀이 자체를 즐기고, 약자를 배려하는 태도를 익혔다. 앞으로 수학을 대할 때 이번 수학교실을 떠올리며 더 자신감을 갖고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이의 꿈속은 정말 멋졌다.
/전유진 해밀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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