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희 논산 연산초 교사 |
예능프로그램을 볼 때는 그저 시청자 입장으로 웃어넘기면 그 뿐이었는데, 요즘은 내 생활 속에 자꾸 '꼰대'라는 말이 떠올라진다.
"그렇게 하면 안 돼!"
"얘들아, 선생님 어렸을 적에는…"
교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교사로서의 나의 모습에 자꾸 텔레비전의 '라떼'영상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 일까?
올해로 나는 교사로서 21년을 학생들과 보내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학교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 그 모든 것이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늘 지나간 것들이 더 좋고 그립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것을 알았다. 교사로서의 나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동시에 현재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직설적이야."
"왜 그런 상황에서 학부모님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할까"라고.
당연히 이런 나의 생각은 교사로서 학생들과 거리가 생기고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교실로 오는 아침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나는 찾아오는 연수를 추진하게 됐다. 여러 가지 연수 분야 중 '긍정훈육'이라는 주제에 끌려 연수를 마련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으레 학교에서 추진하는 업무 차원에서 해치워 버려야 할 시간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연수는 내가 겪은 어느 연수보다도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긍정훈육의 핵심은 문제행동에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 담긴 격려를 통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교사가 아들러 심리학 기반 인간관으로 학생들을 대하면, 학생들은 자신과 우리라는 개념의 사회를 사랑할 수 있는 전인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 주었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조금씩 달라지게 됐다.
"환아, 네가 아침에 할머니께 야단을 맞아 마음이 속상해서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속상하다고 친구들에게 화풀이 하면 친구들 마음도 환이 처럼 속상하겠지? 다음부터는 속상하면 선생님한테 너의 기분을 풀어보렴."
아이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도 함께 말이다. 화가 나면 교실에서 뒹굴고 소리치던 환이는 차츰 마음이 유연해지며 떼쓰는 모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꼰대라는 말에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꼰대질을 하고 있는 스스로의 인정에 대한 죄책감이었던 것 같다. 교사로서 의무감에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단순히 지적만 하는 꼰대질을 말이다. 단순히 교사 경력이 많다고 해서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마음과 시선을 진솔하게 바라볼 수 있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꼰대가 아니고 싶다. 아니, 이미 꼰대가 아닐 게다. 왜냐하면, 내 스스로가 꼰대인지를 반문하고, 학생들에게 꼰대가 아닌 선생님으로 오늘도 마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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