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서천 부내초 교사 |
그렇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의 관계는 어떨까?
하나의 교실에서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이들은 서로 오해하고 싸우고 눈물을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고 떠들면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학년에 한 개 반으로 구성된 소규모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6년의 시간을 함께 해야 하기에 그 공유성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시간과 공간의 공유가 부족해서 '관계 맺기'가 어려운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1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하며 아이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관계 씨앗'의 해답은 바로 '실망, 편견, 서두름이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 아이들은 '내가 A만큼 해주면 저 친구는 A+B만큼 해 줄 거야'라는 계산적인 생각과 기대감이 없고, 'K양은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 이번에도 또 그러겠지'라는 편견과 고정관념도 없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조심스러워지고 어려워진 요즘, 스마트폰으로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낸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메시지 창에 남아있는 숫자 1이 없어지기를 계속 확인하며 '내 연락에 답이 없네?'라는 조급함이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데,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만 하고 있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아이들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한 경험들을 통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관계를 형성한다. 상대방과 가까워지고 싶으면 한 발짝 다가가 같이 놀자 말하고, 친구가 밉거나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한걸음 물러서서 책상에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보며 '관계의 열정과 냉정'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아이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예전에 나도 인간관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사람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혼자 지내는 연습도 해보았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처럼 '나의 마음을 아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관계의 씨앗을 뿌렸을 때, 어떤 씨앗은 싹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땅속에서 썩어지기도 하고 어떤 씨앗은 충분한 영양분을 먹고 탐스러운 인간관계의 열매를 맺기도 할 것이다. 싹이 트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관계의 열매는 곧 내가 먼저 좋은 관계의 씨앗을 뿌리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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