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3-07-27
2022년 한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구글 검색어는 무엇일까? '기후변화'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아 실감하기 어렵지만, 현재진행 중인 문제이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실천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공동체적 연대를 전제로..
2023-07-20
3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2020년 초, 아직 마스크가 일상이 되지 않았던 코로나 초기에 학교를 벗어나 2023년, 코로나가 이미 일상이 된 학교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학교가 낯설었다. 방과후학교와 야간 자율학습의 모습이, 웨일북을 통한 줌수업과 학교 입구에..
2023-07-13
오늘은 유독 바쁜 날이다. 5시간 수업인데 하필이면 오늘 아이들의 다툼이 터졌다. 쉬는 시간마다 이 아이 저 아이 붙잡고 이야기하며 퍼즐 조각 맞추듯이 서로의 입장을 조합해 막힌 데를 뚫어주느라 화장실 갈 새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니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내적..
2023-07-06
"'억울하면 출세하라'라고 말하기보다 '출세하지 못한 사람도 최소한 억울한 일을 겪지는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공부한 사람으로서 마땅한 태도입니다. '오십보백보'니까 그게 그거라고요? 잘 생각해 보세요. 오십 보랑 백 보는 두 배 차이가 납니다. 거기서 거기가 아닙니..
2023-06-29
오랜만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학년인 6학년을 맡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10년 만이다.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다 보니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한 "철학" 같은 것이 생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만들어진 교사로서의 나의 철학은 배움은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2023-06-22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떨림과 기대, 호기심에 가득한 아이들과 나의 첫 모습이 떠오른다. 이리저리 함께 뒹굴며 2개월 반을 지냈다. 지금 행복하다. 나만? 나만!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서툴게 눈치를 보고 지내는 △△, 하루 중 많은 시간을..
2023-06-08
"입학을 축하합니다." 작년에 이어 1학년 담임교사를 맡게 됐다. 소개 영상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강당에 모여 온 가족의 축하를 받고 1년간 생활할 교실도 함께 살펴보며 초등학교 생활의 시작을 열었다. 다음 날, 자신의 몸만큼 큰..
2023-06-01
"교사로서 학생들로 인해 상처받고 어려움에 처할 지라도 한 아이를 향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이 학생을 변화시킬 힘을 믿고 끝까지 인내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임용고시 2차 면접 날, 나는 마지막 답변에 모든 진심을 쏟아냈었다. 그 대답은 나의..
2023-05-25
"선생님의 장점은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에요." 올해 1월 하선이가 졸업식에서 건네준 편지에 쓰여 있던 문장이다. 일 년 동안 반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많은 것이 소진되었던 나에게 건네진 따뜻한 편지. 우리 반이 체육대회나 축제에서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일 때마다 누..
2023-05-18
"와! 학교에 이런 공간이 있어요?" 학교 공간을 견학하기 위해 방문한 많은 학교의 교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2019년 공간 수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에는 사업에 함께 참여했던 교사들 조차도 학교에서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공간..
2023-05-03
"선생님, 우리가 잘해 낼 수 있을까요?" 문득, 눈이 펑펑 내리던 작년 12월 어느 날 관계 중심 생활교육 학생 나눔 한마당에 참가를 위해 이동하던 중 버스 안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 학교는 읍면 지역에 있어서 아이들이 많은 학생이 모이..
2023-04-27
"아, 학교 가기 싫다." "가야지, 네가 선생님인데?" 반전의 유머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획이겠지만, 어느 제약회사의 광고 문구는 꽤 오랫동안 내 뇌리에 남았다. 아마도 학기 초 담임으로서 고된 학교생활의 속내를 들켜서가 아닐까? 학급 아이들과 처음 마주하..
2023-04-20
교단만필을 쓰기 전 나의 교직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어느덧 18년 넘게 교직에 몸담으며 담임교사로 인연을 맺은 학생들을 떠올려보니 군 복무 휴직 2년과 교과전담교사 3년을 제외하고 13년 동안 200여 명의 학생들의 담임을 맡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023-04-13
"선생님, 요즘 학교생활에서 불편한 일이 있는데, 서클로 이야기해 보면 안 되나요?" 우리 반에서 가장 말이 많고, 갈등도 잦았던 남학생이 이렇게 말했을 때, 내심 반가웠다. "선생님, 쟤가요……" "선생님, 얘가 욕했어요." 학생들은 갈등을 힘들어하고 불안해한다. 갈..
2023-04-06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기 위해 대결을 하는 이솝 우화가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더욱 꽁꽁 움켜쥐었고 해가 따사로운 햇살을 비추었을 때 나그네는 스스로 외투를 벗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이 우화가 마음에 와닿는다. 바람 같은..
2023-03-22
'농사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부터'라는 말이 있다. 겨울에 땅을 재정비하고 작물을 잘 관리해 두어야 돌아오는 봄에 본격적인 재배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교사에게도 겨울 방학은 단순히 휴식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돌아오는 봄에 만나게 될 학생들을 기다리며 작년..
2023-03-16
봄, 언제 들어도 따뜻하고 싱그러운 단어다. 누군가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해가 시작되고 처음 맞는 계절인 봄은 굳고 단단한 남자의 마음도 말랑말랑 들뜨게 한다.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고 여기저기서 분홍 꽃망울이 팝콘처럼 팡팡 터지면 나도 모르게 마..
2023-03-09
"선생님 괜찮으세요? 울지마세요." 내가 신규교사로서 발령을 받고 3월 2일 교실에 들어선 첫날, 아이들에게 들었던 첫마디는 "안녕하세요?"가 아닌 이런 말이었다. 6학년 40명의 담임이 되어 긴장되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교실에 드러선 그때에, 남학생들의 몸싸움으로 뒷..
2023-03-02
벌써 4년째 '스스로 더불어', '또래 학습'이라 불리는 수학협력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짝과 함께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수업 형태의 전환,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개별 확인과 질문을 위한 옆 반 선생님과의 코티칭이 핵심이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형성된..
2023-02-23
나는 어느덧 교직생활 8년을 마치고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앞두고 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평생의 직업으로 하게되리라 생각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새내기 교사 시절 많이 서툴고 낯설었으며 늘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같은학교에 근무하는 선·후배 동료교사를..
2023-02-16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이날 이후 사람들은 AI가 가진 능력과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는 AI가 다양한 분야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2023-02-09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꿈을 꾸고 도전하며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일군 저마다의 성공·성취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노력의 산물이 건강과 맞바꿔..
2023-02-02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
2023-01-26
'교단 만필' 글을 쓰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의 교직 생활에 대해 성찰해보자" 라는 결론이 났다. 처음 교단에 선 나는 학생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교사가 돼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교단에 선지 한 달..
2023-01-19
"아름답지 않네?" 이 문장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신분을 숨기고 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만나 '오일러 공식'을 설명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감탄하며 말한 대사이다. '아름다운 수학'은 내가 예전부터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