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아름다운 세상은 수학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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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아름다운 세상은 수학에서 시작한다

해밀중학교 교사 정선영

  • 승인 2023-01-19 09:0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정선영 해밀중 교사
정선영 교사
"아름답지 않네?"

이 문장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신분을 숨기고 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만나 '오일러 공식'을 설명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감탄하며 말한 대사이다.

'아름다운 수학'은 내가 예전부터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외치는 말이다.

중학교 1학년이 배우는 다면체에 꼭짓점·면·모서리의 개수를 세는 내용이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개수를 세고 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다면체의 규칙을 발견한다.

또한, 다면체 종류와 상관없이 꼭짓점과 모서리·면의 개수 사이에서도 규칙을 발견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규칙이 오늘날 고차원의 연구와 우주의 모양을 고찰하는 우주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이다.

정말 수학이 아름답지 않은가?

학생들이 다면체를 공부하면서 발견하는 규칙이 복잡한 컴퓨터와 우주를 분석하는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나는 이러한 수학적 사고력을 학생들에게 길러 주고 싶다.

수학이 얼마나 의미가 있고 감동이 있는 학문인지 알려주고 싶다.

나는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학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서 '수학 동아리'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다면체를 탐구하고, 차원을 고민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사로서의 보람과 수학의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보람과 즐거움 그리고 성장은 해마다 학생들과 함께 수학 구조물 대회와 말하기 대회를 나가도록 이끌었다.

수학 구조물 대회는 카프라를 이용해 제한된 시간 안에 수학적 원리가 담긴 창의적 수학 구조물을 쌓는 것이다.

2020년부터는 카프라 이외의 요소가 추가됐고, 올해는 실·재활용품·다리 간격이 추가됐다.

재활용품을 구조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다리의 간격은 어떻게 넓혀야 할지? 구조물을 만들면서 수학적 사고의 한계를 느끼며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재활용품으로 한옥의 기와를 만들어 한국의 미로 표현했고, 힘을 분산하는 구조적 특징을 카프라로 구현하는 등 학생들은 상상력을 통해 그 한계를 보란 듯이 극복했다.

수학 말하기 대회는 수학 주제어를 정하고 3분 동안 이를 설명하는 것이다.

주제어를 정하는 과정부터 짧은 시간 안에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교사도 춤추게 만드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렇게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에 겸손함과 소중함을 느꼈다.

어떤 강연과 교사들의 수업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을 아이들의 창의력에서 교사는 배운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해밀중학교는 모든 수학 교사가 학생들의 지도교사다.

수업의 방향도 각종 수학대회 지도도 늘 함께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학 구조물 대회에서 금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의 노력과 해밀중학교의 수학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학 말하기 대회에서도 모든 수학 교사들이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조언하면서 함께 다듬었고, 발전하는 학생들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작년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고민하는 나에게 어떤 선배 수학 교사는 "수학을 사랑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지나치는 모든 것에서 수학이 보이고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지 답을 찾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

이렇게 용기와 희망을 준 선배 수학 교사처럼 내가 진심과 열정을 다해 수학의 아름다움을 외치다 보면 학생들도 알아주지 않을까?

오늘도 수학을 사랑하는 눈으로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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