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우리의 뜨거운 겨울 제주도 워크숍 이야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우리의 뜨거운 겨울 제주도 워크숍 이야기

윤서영 해밀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3-03-22 09:4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윤서영 교사
'농사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부터'라는 말이 있다. 겨울에 땅을 재정비하고 작물을 잘 관리해 두어야 돌아오는 봄에 본격적인 재배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교사에게도 겨울 방학은 단순히 휴식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돌아오는 봄에 만나게 될 학생들을 기다리며 작년보다 더 나은, 더 행복한 한해살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다.



나의 아름답고 치열한 겨울방학은 2023 부장교사단 워크숍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번 부장교사단 워크숍은 무려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서 진행되었다. 학년군제를 운영하는 우리 학교의 특성상 2년마다 부장교사단의 인적 구성이 많이 변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2년을 시작하는 올해 부장교사단 워크숍은 다소 거창하게 시행된 것 같다.



제주도 워크숍의 시작은 해녀 박물관이었다. 어떤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색채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을 방문해야 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첫 일정으로 채택된 곳이다. 전시 관람을 통해 해녀들의 생활 모습, 삶의 애환, 해녀들 중에 항일 운동에 앞장선 이들이 있었다는 몰랐던 역사적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



맛있는 고등어 조림으로 배를 채우고 세종시교육청 학생해양수련원에 도착했다. 야자수와 감귤나무가 반겨주는 이곳은, 학생해양수련원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것이 아쉬울 정도로 여느 휴양지의 리조트 시설 못지않게 아름답고 깨끗했다.





첫날 오후부터 둘째 날까지 온종일 이어진 회의에서는 학교 비전 공유, 올해 우리 학교가 혁신학교 3년 차로서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에 관한 이야기, 작년 교육과정 평가 결과 및 학부모 설문 결과에 따라 후속 토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토의 등이 이루어졌다.



작년에 나는 우리 학교의 학년군 교육과정이나 마을교육과정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고,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해를 보내면서 막연하게 '해밀햇살교육과정이 이런 것일까?' 하고 의문을 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틀에 걸친 회의를 하면서 해밀햇살교육과정을 운영하려는 이유와 방향에 대해 알게 되었고, 더 나은 해밀햇살교육과정을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는 선생님들을 지켜보면서 해밀햇살교육과정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다.



사물은 본래 색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가시광선이 비치고 특정 파장의 색을 반사하면서 색깔을 띠게 되는 것처럼,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해밀햇살교육과정을 통해 가정-학교-마을의 공동체 안에서 저마다의 색깔을 찾아 영롱하게 빛나길 바라는 해밀어른들의 마음이 있기에, 해밀햇살교육과정이라는 수레바퀴가 올바른 방향으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셋째 날은 공동체의 도전 의식 함양을 위한 한라산 등반이 계획된 날이었다. 눈 덮인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등반하게 된다니,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나로서는 너무너무 기대되는 일정이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한라산의 예쁜 풍경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시는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4시간이 넘는 산행이 그렇게 고되게 생각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등산의 고수이신 교장선생님께서 맨 뒤에서 뒤처진 선생님들을 끝까지 챙기며 올라오시는 모습을 보니 한라산처럼 큰 산으로 우리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워크숍 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코 백록담 정상에서 옹기종기 바위에 걸터앉아 눈보라를 맞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발열 식품을 먹었던 그때일 것이다.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어.",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라고 춥고 힘들었던 그때를 함께 긍정적 에너지로 녹여내었다.



한라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니 지금 곁에 있는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올 한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시작이 좋으니 왠지 올 한해가 모두 좋을 것만 같았다. 가끔 사람이 밉거나 상황이 힘들어지면 이번 워크숍의 추억 한 조각을 꺼내어 위로받아야겠다. 워크숍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을 동료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번 워크숍은 일도 사람도 모두 잡은 완벽한 워크숍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순항'
  2. 매출의 탑 로쏘㈜, ㈜디앤티 등 17개 기업 시상
  3.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4. 소진공, 2024 하반기 신입직원 31명 임용식
  5.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세종권역 희귀질환전문기관 심포지엄 성료
  1.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2. 정관장 'GLPro' 출시 한 달 만에 2만세트 판매고
  3. 한밭새마을금고, 'MG희망나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진행
  4.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5. 금성백조,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서 1억 5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