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대전글꽃초 교사 |
다음 날, 자신의 몸만큼 큰 가방을 메고, 학교 이리저리 헤매며 교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니 다시 시작하게 된 1학년살이가 실감 났다. 자신의 신발장을 찾는 것부터 손들고 발표하기, 모둠 만들기, 서랍 정리하기, 급식받고 잔반 버리기, 돌봄 교실 찾아가기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안내하고 알려줘야 하는 1학년.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며 학교에 잘 적응하고 배워갈 수 있도록 늘 함께하고 걱정하며 끊임없이 마음을 쓴다. 그 마음을 느끼는지 1학년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학교생활에 익숙해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나날이 늘어간다.
아침이면 학부모님들의 걱정 가득한 연락을 받는다. 아이가 가정통신문을 잘 제출할 수 있을지, 감기약을 혼자 먹을 수 있을지 염려돼 도움을 부탁한다는 연락들이다. 부모님의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등교하자마자 노란 파일에서 안내장을 꺼내 제출하고, 물약에 가루약을 한 톨도 흘리지 않게 털어 넣고 열심히 흔들어 입에 넣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낯을 많이 가린다는 학부모 상담 속 걱정과 다르게, 서로 발표하고 싶어 손을 번쩍 들고 모두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운 탄식의 소리도 들린다. 급식이 너무 맛있다고 춤을 추며 추가 배식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떨어트린 젓가락을 주워 정리한 후 새로 받아오는 일도 스스로 하는 일이다.
"선생님, 필통을 집에 놓고 왔어요"라는 말에 "그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자"라고 대답해 줬다. "어깨 짝꿍한테 빌릴게요" 실수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며 이 기회로 어색했던 친구에게 말도 걸어보고 고마움도 전한다. 스스로 상황을 해결해 으쓱한 아이는 이렇게 조금 더 자란다. 처음 가는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1학년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틀려도 괜찮아'를 읽고 책의 제목을 바꾸어 보는 활동을 했다. '틀리면 어때?', '틀려도 응원해!', '틀려도 네가 좋으면 괜찮아.', '틀려도 같이 배우자.' 등 아이들의 멋진 생각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교사인 내가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 같았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고, 쉬운 줄 알았는데 힘이 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려운 일들을 앞으로 계속 마주하겠지? 오늘의 실수를 통해 내일로 도약할 배움을 얻고, 오늘의 배움을 통해 내일은 더 많은 성장을 이룬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실수할 때에도 함께 떠올렸던 생각처럼, 지혜롭게 1학년을 보낼 수 있도록 관심과 칭찬, 용기와 응원을 듬뿍 전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한 번 더 다짐한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모소 대나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씨앗을 뿌리고 4년을 가꾸어도 3㎝밖에 자라지 못하는데, 5년째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루에 30㎝ 이상 자라기 시작해 곧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룬다는 것이다. 모소 대나무가 순식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긴 시간 동안 땅속에 깊고 넓게 뿌리를 뻗어놓았기 때문이다. 땅을 뚫고 힘차게 돋기 시작할 그날까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우리 1학년 아이들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잘하고 있고, 자라고 있다!'는 말로 행복한 1년을 보내게 될 아이들과 나 스스로를 응원해 본다.
/박선경 대전글꽃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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