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 교사 |
올해 1월 하선이가 졸업식에서 건네준 편지에 쓰여 있던 문장이다.
일 년 동안 반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많은 것이 소진되었던 나에게 건네진 따뜻한 편지.
우리 반이 체육대회나 축제에서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일 때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다양한 학급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나의 모습에서 우리 반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항상 이것저것 잔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졌구나. 정말 다행이었다.
최근 작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했던 사진들을 들여다볼 때가 많다.
고등학생이 된 나의 3학년 9반.
교사로서 한해살이를 마친 뒤, 마치 자식처럼 품고 있던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면 늘 아이들과의 추억들이 그립고 아쉽다.
작년에는 세종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관계중심 실천 학급 사업을 신청했었다.
처음엔 예산을 풍족하게 받아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사주고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사업이었는데, 일 년 동안 아이들과 모둠별로 식물 키우기·주말 미션·방과 후 관계 증진 프로그램·여러 차례의 단합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점점 관계가 좋아지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잘 신청했다 싶은 사업이었다.
특히 우리 반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 좋은 활동들을 함께 하고 싶은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중 '모둠별 식물 키우기' 활동은 "아이들이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생명을 죽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며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걱정했던 활동이었다.
그러나 함께할 모둠원이 발표되고 종례 시간이 끝나자마자 복도에 나가서 씨앗을 심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기대 이상이었다.
모둠별로 심은 씨앗이 자라날 수 있도록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화분에 물을 주며 관리하고, 모둠별 화분과 사진 찍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청소하는 모둠원을 기다리는 열정을 보였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만큼 가까워졌던 아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학기 초에 작년 우리 반이었던 시하가 잠시 찾아왔었다.
올해 내가 비담임이라는 말에 시하는 이렇게 말했다.
"아쉬워서 어떻게 해요. 미정 쌤 반은 정말 재미있고 특별한데!"
매해 만나고 헤어지는 학급 아이들과 일 년 살이를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까.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 변하지 않고 싶은 나의 교사로서의 초심으로 아이들에게 함께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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