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교사 |
하지만 한 개인의 실천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공동체적 연대를 전제로 하므로 생각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후변화' 문제뿐만이 아니다. 빈곤·기아·생태계 보전·에너지 문제 등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는 우리에게 공동체적 연대 의식을 요구한다.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같이 걷는 한걸음'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연대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나와 남이 만나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나처럼 남도 소중하고, 우리를 위해서 어느 정도 양보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방법도 배운다.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공동체와 공동체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간다.
나는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같이 걷는 한걸음', 즉 공동체의 힘을 아는 세계(속의) 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
2023년 3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한 물 절약 캠페인과 샤워 시간 줄이기 챌린지 활동을 진행했다. 큰 테마는 물 한 방울, 한 방울을 소중히, 그렇게 모두의 물을 함께 만들어 가는 한 걸음으로 정했다.
평소에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던 아이들이 수업 이후에는 수도꼭지를 두 번 세 번 확인하며, 물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샤워시간 챌린지 활동도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핸드폰 알람이 멈추지 않았다.
샤워 시간 챌린지에 참여했던 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제가 이렇게 빨리 샤워할 수 있는 줄 몰랐어요! 저 잘했죠?"
일상에서 물 한 방울 한 방울의 의미를 알고, 우리 모두의 물을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다.
웃으면서 즐기고 오가는 서로의 물건 속에서 자원순환을 배우는 아나바다 장터 행사를 하고 있다.
3년째 이 활동을 하지만 할 때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사고파는 과정에서 웃으며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물건에 담긴 소중한 추억들을 나눌 수 있어서 인 듯싶다.
그렇지만 재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물건들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에 '자원순환'이라는 뜻깊은 의미도 있다.
학교라는 조그마한 장터 속에서 아이들은 모두 함께 자원순환에 동참하며, 나누고 아끼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활동은 매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글벗초등학교는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교육 강화를 위해 지정된 '탄소중립 시범학교'다. 이를 위해서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함께하는 한걸음으로 정말 열심히 환경교육에 힘쓰고 있다.
학교 일대에 떨어진 담배꽁초·일회용 컵 등의 쓰레기를 주우며 약 40분간 플로깅을 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피곤할 텐데도, 쓰레기를 발견할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달려가 줍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이외에도 교육과정과 연계한 환경교육 등 주체적인 탄소 중립활동을 지속해서 실천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이런 고민과 실천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요인들이 모여 태풍과 같은 놀라운 결과를 일으키는 것처럼, 세계시민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에 미칠 영향력은 태풍처럼 크고 놀라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 모두의 작은 발돋움이 큰 발자취가 되어 우리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꿈꾸며,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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