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리 조치원대동초 교사 |
문득, 눈이 펑펑 내리던 작년 12월 어느 날 관계 중심 생활교육 학생 나눔 한마당에 참가를 위해 이동하던 중 버스 안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 학교는 읍면 지역에 있어서 아이들이 많은 학생이 모이는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적고, 그래서 아이들도 나도 더욱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스마일반-스며드는 관계 속에서 마음을 챙길 줄 아는 1반'
2022년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아이들과 만든 우리 반 이름이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학교가 많지 않아 초등학교에 형성된 교우관계가 중학교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좋은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관계가 틀어지면 중학교에 진학해서까지 불편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아이들이 늘 웃으며 생활했으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서로가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중학교에서도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교사로 부임한 이후 학년 초에 아이들과 한해살이를 계획하며 늘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매번 아이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학교생활이라는 결론을 내리곤 했다.
스마일반 운영은 그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관계를 가장 중심에 두고 1년 동안 학급 생활교육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한 해 동안 살아갈 학급을 만들며 소속감을 키우는 학급 울타리 짓기,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는 마음 짓기, 함께하는 놀이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학급을 만드는 웃음 짓기, 친구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 짓기, 함께 이야기하고 편히 쉬는 공간을 만드는 스마일 카페 짓기, 한 해 동안 추억을 돌아보는 추억 짓기……. 우리 반의 한 해는 모든 구성원 서로가 마음에 관계의 집을 짓고, 미소를 나누며 성장한 시간이었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인공지능에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금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과 아이들이 직접 만나는 학교에서 가능한 것이기에, 앞으로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는 더욱 선명해진다.
"당연하지. 우리처럼 한 해 동안 항상 웃으며 사이좋게 지낸 학급이 또 어디 있어?"
눈이 펑펑 내리던 작년 12월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했던 답이다.
출근길에 종종 중학교 교복을 입고 여전히 웃으며 등교하는 작년 우리 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곤 한다.
나는 여전히 많은 고민의 답을 찾는 젊은 교사이지만, 중학교에 가서도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는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서 한 가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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