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나 교사. |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임용고시 2차 면접 날, 나는 마지막 답변에 모든 진심을 쏟아냈었다. 그 대답은 나의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녹여낸 것이었다. 나의 변화와 성장의 시점들을 돌이켜보면 부모님, 선생님 등 누군가의 한없는 사랑과 인내가 있었다. 나는 사랑의 힘을 경험한 사람이었기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2022년 3월 2일,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고덕중학교에서 첫 교직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임용을 준비하여서 현장 경험이 거의 없었다. 상담에 대해 이론은 배웠지만 당장 마주한 현실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책에서는 학생마다 어떻게 대응하고 상담을 진행하는지를 알려주진 않았다. 첫 상담은 정말 엉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상담실에 학교 부적응, 공황장애, 우울, 무기력 등의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찾아왔다. 도대체 이런 친구들은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몰라 대학교 교수님께 울면서 전화를 했다. 다행히 교수님이 몇 달 동안 지도를 해주셔서 사례를 함께 나누고, 상담 기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상담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작은 학교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가정환경은 안타깝게도 이들이 처한 현실이었다. 인생에서 아무런 소망도, 삶의 목적과 이유도 없이 살아가는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툭하면 거짓말과 반항으로 나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주었다.
'그냥 포기할까? 내가 이 학생의 부모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끝까지 인내하여 사랑하는 교사가 되기로 다짐했던 첫 순간이 떠오른다. 사실 교단에 서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들을 만날수록 내가 얼마나 사랑과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인지를 처절히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상담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 사람이 바뀌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복잡한 부분이다. 이 사실 앞에 나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기도하면서 학생들의 마음이 열리길, 학생들이 변화되길 간절히 바라며 상담실로 향했다.
작년에 나를 힘들게 했던 학생이 올해 초 어느 쉬는 시간에 멋쩍게 상담실로 들어와 사탕을 달라고 했다. 괜히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며 시간을 보내고 수업에 올라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에겐 이곳이 유일한 휴식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마저 자신을 싫어하고, 주변 사람들에겐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줄 때 미미하지만 천천히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현재 어려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과 '함께 살아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들과 살아내는 삶이 때론 어렵지만 만족스럽다. 나는 부자도 아니고, 특출난 재능도 없으나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다. 이 사랑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생에서 늘 긍정적인 경험만 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기곤 한다. 어려운 문제들을 만날 때 우리는 각자의 '성공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할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 성공 경험을 '가장 빛나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가장 빛나는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다. 너는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평가보다 더욱 능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사랑받을만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와 보냈던 이 시간이 먼 훗날 거친 인생의 파도 앞에서 용기를 줄 수 있는 빛나는 성공 경험이 되길 바라본다./박하나 고덕중학교 전문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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