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대전목동초 교사 |
우리 반 아이들은 내 옆에 와서 재잘재잘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쉬는 시간에도 내 주변에 모여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모두 맞장구 쳐주고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이면 모두가 신이 나서 더 많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핀이 예쁘구나. 새로 샀니?" 내가 한 마디 건네면 주말에 누구랑 함께 어디에 갔으며 무엇을 먹고 어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술술 말한다.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도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너무 마른 것 아니니? 많이 먹어야겠네"라고 말하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요. 저는 축구클럽에 들어가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대요" 등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운 시간이다. 이런 일상의 대화가 쌓여갈수록 한 가족 같은 우리만의 끈끈한 친밀감이 생기며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올해 우리 반에는 22명의 작고 귀여운 아홉 살 요정들이 있다. 작은 요정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기 위한 연습을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즐겁게 하고 있다. 스스로 학급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즐겁게 최선을 다한다. 제일 인기가 많은 요정은 우체부 요정과 칠판 요정 그리고 지구 요정이다. 우체부 요정은 다른 반에 심부름 다녀오는 역할을 하고 칠판 요정은 칠판을 지우고 정리하며 지구 요정은 재활용 분리수거를 담당한다. 아이들은 요정 이름까지 자기들끼리 지어가며 열심이다. 할 일이 없는 날은 일이 없어서 서운하다고까지 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22명의 요정은 칭찬을 먹고 쑥쑥 자라난다. 제 역할을 기쁘게 해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 또한 잊지 않고 한다.
매주마다 작성해서 책상에 붙여 놓는 나의 주간 계획표 아래에는 항상 똑같은 문구가 입력돼 있다. '스스로 ○○하고 다 함께 ○○하는 우리 반은 선생님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야. 내가 말을 안 했는데도 알아서 했네. 너무 훌륭하다. 선생님 교직 생활 중 올해가 최고의 해고 최고의 반이야!', '칭찬은 발견이다. 칭찬의 하수는 결과를 보고, 칭찬의 중수는 과정을 보며, 칭찬의 고수는 가능성을 본다'는 문구다. 항상 칭찬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써놓은 문구다.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생각만 하고 말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매일 읽게 되니 나도 모르게 칭찬하는 힘이 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2월 종업식 전에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작성해 주면 다음 제자들에게 전달해 주겠다며 선생님의 좋은 점을 물었더니 '칭찬을 많이 해 주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아이들의 글을 읽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내 모습에 흐뭇해하며 내년에는 더 많이 칭찬해 줘야겠다는 다짐을 아로새겼다. 어느 따뜻한 봄날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만나 사계절을 동고동락하고 나면 어느새 칭찬과 믿음으로 쑥쑥 자란 나의 보물 같은 아이들을 다음 학년으로 올려보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애들아, 아까워서 너희들을 어떻게 다음 학년으로 올려보내지?"라고 말하면, 요 예쁜이들은 "내년에도 이렇게 모두 다 함께 올라가면 안 돼요", "내년에도 우리들의 담임 선생님이 돼 주세요"라는 말로 나에게 크나큰 선물을 준다.
이 세상을 소풍 나왔다고 표현한 천상병 시인처럼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함께 소풍 나온 마냥 신나게 놀며 공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으로 행복하게 학교에 간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많이 칭찬하고 더 많이 믿고 더 많이 기다려줄 수 있는 따뜻한 해를 닮은 선생님이 되길 소망한다. /윤지원 대전목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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