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상상을 현실로 만든 학교 공간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상상을 현실로 만든 학교 공간

  • 승인 2023-05-18 17:14
  • 신문게재 2023-05-19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붙임2) 사진(대전여자고등학교 교장 김미선)
김미선 대전여고 교장
"와! 학교에 이런 공간이 있어요?" 학교 공간을 견학하기 위해 방문한 많은 학교의 교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2019년 공간 수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에는 사업에 함께 참여했던 교사들 조차도 학교에서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공간이다. "우리 학교에는 다락방과 동굴형 활동 공간이 있어요." 이렇게 설명하면 어떤 공간인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직접 보아야 알 수 있는 공간이 대전여자고등학교에 있다.

탄성을 자아내는 공간의 탄생은 '사용자 참여 설계'를 도입한 학교 공간 혁신 사업 중 '공간 수업 프로젝트' 프로그램의 결과로 탄생했다. 학생들에게 학교 공간에 대해 탐색하게 한 후 바꾸고 싶은 공간을 선정하게 하고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지 의견을 듣고 설계에 반영한 후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학교 근무 25년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사업이었다.

학생들에게 학교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사실 자체부터 놀라웠고 '과연 잘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에게 학교 공간은 주어진 공간이었지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은 동굴형 학습 공간과 다락방을 만들어 달라는 엉뚱한 의견을 제시했다. 공간 수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학생TF 두 팀이 제안한 공간 디자인을 놓고 투표를 했는데, 다락방 안이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받았다. 함께 참여했던 선생님들은 '불가능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참여했던 학생들의 열망과 열정적인 모습을 보았기에 걱정이 앞섰다. 의견을 내라 해 놓고 안 된다고 하면 학생들이 실망할 것은 자명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수업을 이끌어 주셨던 건축사님은 학생들의 열망을 담은 기본설계 밑그림을 그려 주셨고 학생들이 상상했던 공간이 학교안에 만들어졌다.

완성된 공간을 보며 그 때 생각했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의 의견을 우리의 경험과 잣대로 평가하면서 '안된다'고만 말해 왔던 것은 아닐까? 그 후로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학교 안에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학교를 생각할 때 우리에겐 늘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가로로 긴 교사동과 운동장 네모난 교실과 네모난 책상, 긴 복도는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962~1992년 사이에 지어진 많은 학교들이 '학교시설 표준 설계도'를 적용받아 비슷한 형태로 학교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표준 설계도에 의해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의 틀은 바꿀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공간들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 수는 있다. 네모를 지양한 가구 배치와 다양한 색과 인테리어 소재의 사용만으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학교의 여러 공간들을 재조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행복한 참살이 배움터'를 목표로 현재는 학교 생활에 만족할 수 있는 공간, 졸업 후 먼 훗날에는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추억 거리를 많이 쌓을 수 있는 학교공간 만들기,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 공간 만들기의 기본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가며 공간을 하나씩 채워 나갔다.

현재 많은 학교들이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은 단순한 공간 인테리어가 아니다. 미래의 학교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일어나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담긴 학교 공간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공간을 바꿀 때 학생들에게 원하는 학교살이를 마음껏 상상하게 해 주자.

네모로 가득한 공간에서의 학교살이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애들아 상상하렴, 함께 만들어보자!" 학교마다 색깔과 특성이 다른 다양한 학교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미선 대전여고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순항'
  2. 매출의 탑 로쏘㈜, ㈜디앤티 등 17개 기업 시상
  3.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4. 소진공, 2024 하반기 신입직원 31명 임용식
  5.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세종권역 희귀질환전문기관 심포지엄 성료
  1.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2. 정관장 'GLPro' 출시 한 달 만에 2만세트 판매고
  3. 한밭새마을금고, 'MG희망나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진행
  4.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5. 금성백조,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서 1억 5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