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교사. |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서툴게 눈치를 보고 지내는 △△,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살갑게 얼굴 만져대는 □□, 세상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에 너무도 솔직한 ○○.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도 조금씩 보이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는 각각의 노력에 응원도 보내고.
하지만 욕심이었을까? 내가 쏟아부은 열정의 방향과는 다른 방향의 모습도 아이들에게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들의 변화 속에 나만 행복했지, 정작 중요한 아이들의 행복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한 아이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고 그림을 잘 그린다며, 자기는 성장 목표로 매일 아침 줄넘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역사 이야기 시화 전시를 제안했고 나는 대견해하며 그렇게 하자고 응원해 주었다. 또 다른 아이는 역사를 좋아한다며 '역사 일타 강사'라는 타이틀로 매월 역사 강연회를 열기로 했으며, 오카리나 연주에 도전해서 학기 말에 미니 공연을 해보겠다고 했다. 물론 칭찬하고 격려해주었다. 그런데 그 제안과 약속이 글자 그대로의 제안, 약속이 아니었었나 보다. 나의 끝없는 설득과 권유, 그리고 협박(?)이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대답이었던 것이다. 결국 두 달이 지나면서부터는 나름 새롭고 부드러운 선생님의 요구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따르던 아이들은 더는 나의 욕심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았다. 25년을 아이들과 함께했으면서, 아직도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이 모자랐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모자람은 열정을 욕심으로, 그 욕심은 아이들을 행복하지 못하게 해버렸다.
열심히 하는 것만이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추락했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고백했다.
"여러분을 만나 선생님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만 행복했네요. 그동안 선생님의 행복을 위해, 이래저래 많이 도와준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이들은 "대체 쌤이 뭐라시는 거야" 라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몇 가지 얘기를 꺼냈다. 내가 미안했던 일들을.
아이들의 반응은 "뭐 그런 걸 가지고" 라는 식이었지만, 그 아이들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던 건, "시작과 지금이 조금은 다르긴 하지?" 라는 나름의 인정이었다.
아이들한테 마음을 내어놓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도 마음에 담고 있던 "잘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을 내려놓는 듯했다. 그 순간부터 말투도 바뀌고, 태도도 바뀌고, 얼굴 모습도 바뀌고 있다. 나도 아이들에 대한 다그침도 버리고 지적질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아이들의 눈빛과 입꼬리가 금방 변했다. 천진난만한 미소가 되살아났다. 그 모습을 보니 4월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
바쁘다 보면, 애쓰다 보면, 열정을 쏟다 보면 어느 순간 실수를 범하고, 그 실수를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느꼈었지만 또 어느 순간에 놓치고 지나쳐버리는 무지한 나의 모습을 또 한 번 반성해 본다.
아이들은 노력한다. 간섭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즐겁다. 끼어들지 않으면.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대로를 바라봐 주고 인정해 주면.
아이들에 대한 기준을 낮추려 하지 말자. 그 기준을 버리자. 기준이 버려지는 순간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순간이 될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행복해지는 순간이라는 말이 맞을듯하다.
난 지금,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또, 여유로운 마음을 다지며 내일을 기다린다./김현철 성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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