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2023-06-12
밤새 길을 안내하던 가로등이 내어준 자리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엄마의 손가락 사이에서 아침이 빛나고 아이 웃음소리 맑게 퍼지는데 새벽을 청소하는 땀방울 깨끗해진 거리로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바쁜 발걸음 어제는 힘든 고난의 길이었지만 정성스럽게 셔츠의 깃을 세우고..
2023-06-07
나는 온라인상이지만, '생생(생생여행클럽 카페)'에 가입하여 활동한 지 10여 년이 넘었다. '생생'은 회원 상호 간의 친목보다는 중국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항공편, 선박여행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특히 인천항에서 가까운 산동성 지방인..
2023-06-04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급 1200원씩 하루 6시간을 일해서 받은 돈으로 대전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고르고 골라 '분홍색 앙골라 스웨터'를 하나 샀다.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어서였다. 알록달록한 포장지를 뜯어보시라고 했..
2023-05-24
아침에 눈을 떠보니 소파였다. 몸이 무겁고 아프다. 어제 퇴근이 늦은 터라 11시에 저녁밥을 먹고 소파에 누워 잠깐 쉬었던 것 같은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안방으로 가보니 침대 위에 중3 딸과 초6 아들, 그리고 아내가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우~씨~ 완벽한..
2023-05-24
파도타기를 하러 갔어요.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아리게 하는 추운 겨울날이었죠. 그날은 비까지 오더군요. 빗방울이 얼굴 위로 춤추듯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런 날 파도를 타야 진짜 파도타기 하는 맛이 나거든요. 겨울바다에서 파도타기 하는 맛은 타 본 사람만 알아요. 머리카..
2023-05-24
저녁 무렵, 거리를 걷는데 가을 햇살이 가로수 잎사귀마다 쏟아져 내리듯 비쳤다. 하기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붉게 익은 감들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제법 익었을 터이다. 그러나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도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가을 서정을 탐닉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월의 덧없음..
2023-05-11
아버지는 2층집 마당에서 번개탄으로 연탄불을 지피고 석쇠를 올렸다. 그리고 쪽갈비를 맛있게 굽고 계셨다. 형과 나 그리고 막내동생 강아지 해피도 고기가 빨리 구워지기를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적 아버지께서 구워주시는 쪽갈비의 맛을 찾으려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지..
2023-05-10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내가 왜 이곳에 있지, 내가 왜 이것을 해야만 하지, 라는 질문이다. 돈이 든 봉투가 없어진 그 날도 애초에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며칠간이었지만 공연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지난달, 나는 모임에서 재무 담당으로 당일..
2023-04-26
오스트리아 케른텐 지방으로 3주간 휴가를 갔을 때다. 독일 북부 하노버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초대를 받고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그녀 일행과 합류했다. 케른텐州는 오스트리아 남부에 위치한 알프스산맥이 있는 지대로 자연경관이 다채롭고 아름다워서 독일인들에게 잘 알려진 고..
2023-04-16
비가 내리고 있었어 이런 날 소주라도 홀짝이고 싶었으나 포기했어. 왜냐고? 정말 슬퍼질 거 같아서 길가 카페에 들어갔어 혼자 앉아 천변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싶었거든, 그런데 카페에 들어서자 자리가 다 찬 거 있지 잠시 기다리자 한 커플이 나갔어 퍼뜩, 뛰어가 엉덩이를..
2023-04-06
평생 쓸 수 있는 말의 양이 정해져 있는가. 못다 하고 가면 억울해 죽을 양으로 뒤늦게 그녀의 입은 바빠졌다. 굳게 다문 놀부의 곳간 같았던 그녀 입. 들려오는 소문에 일일이 대꾸했다면 지레 지쳐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참고 또 참아 오늘에 이른 입은 부화가 더딘 병..
2023-04-03
며칠 전 음악가 지인과 점심을 먹고 시내 보문산 숲속에 위치한 클래식 음악 카페 '칸타빌레'에 들렀다. 통나무로 지어진 그곳은 오랜만에 갔건만 옛 풍치 그대로인 것이 우선 좋았다. 낮시간이어서인지 손님도 별로 없어서 쉴 겸 차 한 잔 주문하고 창밖 숲속을 바라보고 있는..
2023-02-26
하늘 높게 날아오르고 싶은 그러나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 눈망울이 차마 시리다 가난하고 슬픈 마음 때문일까 목이 타도록 야왼 살집을 들쑤시며 둥글게 타오르는 꽃잎들 깨끗한 가슴 그 깊숙이 맑고 건강한 핏줄을 심으라 산마루 꼭대기 가늘게 패인 골을 넘치는 물소리는 새 봄..
2023-02-15
아침 산책길 풀 냄새 참 좋다 쌉싸릅한 향기 코 끝 스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와 소소한 기쁨 안겨주는 너 자연 그대로의 의미로 다가와 살포시 고개 내밀어 반겨 주는 너 아침 산책길 풀냄새 참 좋다
2023-01-29
외로움에 목놓아 울었던 지난날 가슴 시리고 먹먹하게 지나온 시간들 이제는 나의 일부가 되어 그냥 그러려니 무뎌진 외로움 나를 들여다보며 내안에 나와 마주 앉아 나를 찾아가는 여행 외로움이 나를 키운다 외로움이 나를 비운다 외로움이 나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2022-12-21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5)'는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五十嵐大介)'의 만화를 원작으로 '리틀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1', '리틀포레스트 겨울과 봄 2', 그리고 두 편을 하나로 묶은 '리틀포레스트 사계절'이 영화화 되었고, 2018년에 김태리를 주인공으로 한 한..
2022-12-18
어떤 맹인이 스승에게 밤늦도록 가르침을 받다가 집을 나서자 스승은 맹인에게 등불을 들려주면서 조심해서 가라고 당부했습니다. 맹인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맹인에게 등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자네는 보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2022-12-15
소리 없이 향기로 다가온 들뜬 마음이 은하수처럼 빛나고 먼 옛날부터 흐르는 시냇물 너만의 세상에서 호랑나비로 춤을 추니 붉은 정열을 눈동자에 가득 담은 너 드디어 사랑을 속삭이는구나.
2022-12-07
길을 가다가 보았네 찬바람에 떨고 있는 철지나 홀로 핀 장미 친구들은 어디가고 따뜻함의 유혹에 계절도 모른 채 늦가을에 불쑥 나와 꿈도 펼치지 못하고 동장군에 떨고 있나 단풍도 낙엽되어 하나둘 바람결 따라 여행을 떠난 지금 무엇이 보고 싶어 그리워 뒤늦게 찾아 왔을까..
2022-11-30
아늑한 봄날 어려서 소풍가듯, 추억에 잠겨 한없이 걷고 싶었다. 금강제3지류 대전천大田川 목척교木尺矯, 옛 징검다리에서 새우젓장수가 지게 받쳐놓고 쉬듯, '나무로 만든 자' 옆에서 신발끈 동여맸다. 금강제2지류 유등천柳等川 수침교水砧矯, 옛 국민학교시절 버드내 밑을 물..
2022-11-29
*등장인물 조르주 로랑 역-장루이 트랭티냥(성우, 이완호) 안느 로랑 역-에마뉘엘 리바(성우, 이경자) 에바 로랑 역-이자벨 위페르(성우, 송도영) 알렉상드르 역-알렉상드르 타로(성우, 주재규) *영화 시작에 앞서 영화 '아무르(2012)', '아무르'는 프랑스어의 '..
2022-11-20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같은 병 또는 같은 처지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끼리 서로 고통을 헤아리고 동정하는 마음을 말하지요. 청소년 자녀들을 상담할 때, 어떤 아..
2022-11-17
제가 하는 말에 반응 없는 상대가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알아들을 때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습니다. 상대가 제 말에 반응이 없던 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제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임을 알게 된 날, 침묵도..
2022-10-24
오늘은 서울에 간다. 친구들과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인사동에서 식당을 하고 있던 친구가 무허가 건물로 고생을 하다가 코로나 19로 손님이 줄어들자 무허가 기와집을 헐고 건축법에 맞는 새로운 기와집으로 지어 준공을 하고 신장개업을 한다고 해서다. 그동안 무허가 건물로 영..
2022-09-29
천지만물 지으시고 어둠 거두시며 빛으로 오신 주님 거룩하심 찬양하며 영광이 넘치도록 하늘 가득하길 원합니다 이 땅 위에 길을 내시고 빛을 비추시며 대지를 밝히신 주님 거친 땅을 아름답게 하시며 기쁜 소식으로 산과 바다 골목길에도 천사들 발자국소리 끊이지 않게 은혜 베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