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점점 클로즈업 되는 할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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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점점 클로즈업 되는 할머니의 사랑

연두흠/수필가

  • 승인 2023-05-11 22:0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버지는 2층집 마당에서 번개탄으로 연탄불을 지피고 석쇠를 올렸다. 그리고 쪽갈비를 맛있게 굽고 계셨다.

형과 나 그리고 막내동생 강아지 해피도 고기가 빨리 구워지기를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적 아버지께서 구워주시는 쪽갈비의 맛을 찾으려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지만 그때의 그 맛을 대신할 곳이 없었다.

먹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나를 쳐다보는 우리집 강아지 해피. 그래서 나는 살점을 어느 정도 남겨 해피에게 던져주곤 했다.

잘 익은 돼지갈비에 소금을 살짝 찍어 할머니의 입으로 가져갔다. 한사코 드시지 않겠다는 할머니는 이빨이 시원찮아 씹기 힘들고 원래 고기를 싫어한다며 건네는 쪽갈비를 팔로 밀어 내시지만 기어코 난 고기 한 점을 할머니 입에 넣어드렸다.



맛있게 잘 드시면서… 다시는 안 드신다고 자리를 뜨신다.

밑에 사시는 작은집 할머니는 고기 냄새를 귀신같이 아신다. 오늘도 고기 냄새를 맡으시고 계단을 올라와 모른 척하시면서 자리를 잡으신다. 튼튼해 보이는 은색 틀니는 돼지갈비를 뜯기에 충분했다. 맛있게 잘 드신다. 기분이 좋으신 듯 농담도 하고 꽤나 즐거워하셨다.

날씨도 좋고 배가 불렀다. 작은집 할머니처럼 우리 할머니도 잘 드시면 좋을 텐데….

여동생은 배불리 먹었는지 뽈록 튀어나온 배가 웃겼고, 나도 이에 질세라 맹꽁이처럼 배를 부풀려 장난을 치자 할머니와 작은집 할머니는 그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셨다. 뭐가 그리도 즐거웠던지… 굴러가는 젓가락만 보아도 웃음이 나왔던 그때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 번진다. 지금처럼 사진이라도 찍어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만 남아있다는 게 조금은 아쉬울 따름이다.

사진은 원래 네모지지만 우리 집 사진은 네모인 게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한 후 가위로 사진 속 어머니를 다 오려 버렸기 때문에 뒷배경이 없고 둥글둥글했다.

다 먹은 뒤 작은 집 할머니는 여동생과 들마루에서 놀았고 형은 아버지의 연탄불 뒷정리를 도왔다. 할머니께서는 부엌으로 석쇠와 젓가락 식기와 접시 등을 나르셨다.

한참 뒤 내가 부엌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먹다가 남은 돼지갈비를 할머니께서는 서서 드시고 계셨다.

어렸지만 엄마 없는 손자들을 키우는 할머니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고 고기 한 점 손주들 더 먹이고 싶어 먹지 않던 할머니의 마음을… 어렸지만 난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아이들도 컸다. 나 또한 할머니처럼 고기에 손이 가질 않는다. 할머니에 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력도 늘었다. 할머니께서는 어린 나에게 한글과 산수를 가르쳐 주진 못하셨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할머니께서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나에게 많이 가르쳐 주셨던 것 같다.

시장까지 꽤나 멀었고 할머니가 사 오시는 생선이나 채소는 그날 시장에서 가장 싼 것들이었지만 아픈 다리를 참아가며 사 오신 그날그날의 음식은 대가 없는 희생과 사랑이었다.

살면서 예전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 그 시점이 그때가 아닌 지금이라는 게 마음이 아리고 가슴이 더 저미는 이유일 것이다.

아아~

점점 클로즈업 되는 할머니의 사랑. 얼마나 눈물을 흘리셨을까?

엄마 없는 손자들을 키우시느라고.

연두흠/수필가

연두흠 수필가
연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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