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음악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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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음악과 자연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3-04-03 10:4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며칠 전 음악가 지인과 점심을 먹고 시내 보문산 숲속에 위치한 클래식 음악 카페 '칸타빌레'에 들렀다. 통나무로 지어진 그곳은 오랜만에 갔건만 옛 풍치 그대로인 것이 우선 좋았다. 낮시간이어서인지 손님도 별로 없어서 쉴 겸 차 한 잔 주문하고 창밖 숲속을 바라보고 있는데 음악이 귀에 걸렸다. 뉴에이지 곡으로 피아노 연주가 익숙했지만, 곡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인한테 물어보니 그녀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카운터 쪽으로 가서 곡목을 물었다. 피아니스트 조지 데이비슨(George Davidson)의 연주로 그의 앨범 중에 'A Time For Us' 곡이었다. 6월의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보문산 자락에서 듣고 있으려니 마음은 벌써 정상에 다다른 듯 가뿐했다. 음향시설이 잘된 연주 홀에서 연주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음악을 대할 때도 그에 못지않게 깊은 감동을 받는 것 같다.

미국 유타주(州) 자이언캐니언을 관광하며 감상했던 노래를 잊을 수 없는 것도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서 일 것이다. 자이언캐니언은 버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맨 아래쪽에서 시작된 약 20km의 산간도로 양옆으로 거대한 사암과 혈암, 석회암에 풀 한 포기 없는 절벽과 암벽을 지나 자이언마운트 카멜 터널을 통과한다. 특히 워치먼(2,000m)과 웨스트템플(2,400m)을 지날 때는 대자연의 위대함 속에 차내는 숨소리조차 죽일 정도로 위축해있었다. 그때 문득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신의 소리 인가해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시디로 들려주는 사라브라이트만의 맑고 고운 노랫소리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음색이 자연과 동화되어 웅장한 자이언협곡을 더욱 깊고 장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몇 해 전 유럽 5개국을 여행하던 중 프랑스 샤모니몽블랑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면서 차내에서 듣던 노래도 잊을 수가 없다. 프랑스 샤모니몽블랑은 알프스 양쪽으로 펼쳐진 산맥 사이의 계곡에 위치한 해발 1035m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로서 이탈리아, 스위스와 국경지대에 있다. 우리 일행은 그날 아침 일찍 샤모니에 도착하여 알프스 영봉 에귀디미디 전망대(Aiguille du Midi. 3842m)로 가는 케이블카에 탑승, 전망대로 올라가면서 시야에 펼쳐지는 영봉 몽블랑(Mont Blanc.44810m)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하산하여 샤모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샤모니몽블랑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했다.

우리가 탄 관광버스는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을 뚫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11.6km의 자동차 전용 터널, 몽블랑 터널(Tunnel du Mont-Blanc)을 통과하며 눈이 쌓여 새하얗고 구불구불한 산악도로를 달리는데 차창으로 멀리 알프스 설산의 영봉들이 자아내는 설경이 장관이었다. 그때 차내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성악가가 부른 '카루소Caruso'였다. 마치 드넓은 설산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눈에 덮인 설국을 지나는 것처럼 눈 속을 통과하면서 듣던 노래 '카루소 Caruso', 나는 지금도 음악연주회에서 간혹 테너 노래를 듣고 있다가 무심코 그때 듣던 '카루소' 노래를 연상할 정도로 너무나 감동적이었던 것도 그 당시 장엄했던 경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단 야외 뿐 아니라 실내 공연장이라 해도 야외와 같은 분위기를 갖추었다면 충분히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 있는 베네시안 호텔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Venice San Marco)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호텔의 주요 컨셉으로 잡고 베네치아를 연상 할 수 있도록 지어진 볼거리가 많은 아름다운 호텔이다. 특히 천장을 하늘처럼 꾸며 마치 베네치아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운하를 따라 곤돌라가 다니고 1층 야외에 있는 운하에서 곤돌라를 운영하고 있다. 2층의 그랜드 커낼Grand Canal 쇼핑센터 내에 있는 운하에서도 곤돌라를 탈 수 있다. 운하를 따라 60여 개의 명품 숍이 모여 있는 그랜드 커낼숍과 카페와 광장이 들어서 있어서 나는 운하를 오가는 곤돌라를 보면서 스낵 음식도 사 먹고 명품 숍에 들러 구경을 하는데 저쪽에서 오페라 아리아가 들려왔다. 호텔 내 산마르크 광장에서 공연 중이었다. 무대 앞에 객석도 붐볐다. 아리아도 수준급의 성악가들이 부르는 것 같았다. 때마침 하늘은 해 질 무렵으로 노을이 붉게 물드는데 그 순간은 정말 내가 베네치아 산마르크 광장에 와있는 듯 감회가 새로웠다.

이렇듯 음악은 자연과 어울러질 때 최고의 협연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때로는 자연의 소리를 더욱 깊이 느끼고 더 깊은 감동 속으로 젖어 들게 하니까 말이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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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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