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아무르(Amour)'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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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아무르(Amour)'에 대하여

정미숙/영화평론가, 충남대 평생교육원 일본어 강사

  • 승인 2022-11-29 11:0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무르
*등장인물

조르주 로랑 역-장루이 트랭티냥(성우, 이완호)

안느 로랑 역-에마뉘엘 리바(성우, 이경자)

에바 로랑 역-이자벨 위페르(성우, 송도영)



알렉상드르 역-알렉상드르 타로(성우, 주재규)



*영화 시작에 앞서

영화 '아무르(2012)', '아무르'는 프랑스어의 '사랑'이라는 말로, 노인 부부의, 그것도 젊은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부인의 죽음을 바라보아야 하는 마지막 인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쓸쓸한,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너무나 초연한 노부부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의 아프고 아픈 이야기이다.

'장루이 트랭티냥'이라는 명배우의 열연으로 2012년 65회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이례적으로 작품이 아닌 배우가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한 최초의 사례)을 비롯, 2013년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심도 있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 영화의 시작은 느릿한 화면 속의 정적인 분위기로 부부가 오랜 기간 생활해 온 느낌의 묵직한 가구들과 조금은 어두운 듯 차분한 분위기의 집안 실내의 모습이 영화 전체를 이끄는 주 무대이다.

약간의 느릿한 화면 구성이지만, 영화의 내용을 따라 우리의 인생관을 심도 있게 관찰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하며 이를 따라가게 한다. 죽음이라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난해한 인생의 마지막을, 본인도 아닌 평생을 의지한 나의 분신을 보내야 하는 마지막을 대하는 남편의 아픔을 생각하며 '아무르'의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영화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가정집을 방문해 현관문을 열고, 코를 막고 비닐 테이프로 사방이 둘러쳐진 방문을 여는 등 소방관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방문에 들어선 소방관의 눈에 비친 것은, 관속에 누워있는 듯한 '안느'의 모습이다. 베개 위에 흩어져 있는 생화, 앞으로 모은 두 손에는 들꽃 한줌이 가지런히 들려져 있다. 이렇게 '아무르'는 마지막 장면을 보여준 후, 내용 전개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부부는 음악가출신으로 자식은 장성하여 타지에 나가 있고 남겨진 노부부는 그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를 나누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연주회가 열리는 '샹젤리제 극장', 많은 관객속에 두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공연이 끝나고 지하철에 올라 담소를 나누는 노부부, 집에 들어와 부인의 외투를 벗겨주며 오늘은 특별이 예뻐보였다는 말하는 '조르주'. 이 말에서 평소 젊은 시절부터 사이 좋은 부부였음을 보여준다. 평소와 같이 담소를 나누는 두 부부~~.

다음날도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맞으며 아침으로 빵을 준비했고, 식탁에 앉아 있는 두 사람, 그러나 갑자기 남편 '조르주'의 어떤 말에도 아내 '안느'의 표정은 굳어져 있다.

심각성을 느낀 '조르주'는 '안느'의 이상한 모습에 뺨을 만져보기도 하고, 찬 물을 수건에 묻혀 목에 대어보기도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에 수도를 켜둔 채 외부의 도움을 청하러 전화를 하러 간 사이 이상하게 수돗물 소리가 멈춘다.

잠시 아내 '안느'가 장난을 한 것인가도 생각했지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아내는 갑자기 마비 증세를 일으켰고 몇 분 동안의 기억이 멈춰져 있었던 것이다.

병원을 찾은 노부부는 실패확률 5%라는 말에 경동맥수술을 받지만 그 5%속에 들어가는 불행을 맞는다. 그리고 퇴원한 '안느'는 절대로 병원은 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그 후부터 '안느'에 대한 '조르주'의 지극한 간병은 시작된다. 그러나 퇴원 후, 집에서 다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그들의 생활도 잠시, 병세는 점점 악화해간다.

가끔 찾아오는 딸도, 가끔 방문하는 제자도 그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휠체어에 앉히고, 화장실, 목욕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 '조르주'. 대화를 주고 받는 동안에는 그나마 행복하다. 점점 악화하는 증세로 '안느'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결국 차음 말도 어눌해져 간다.

어느 날 편마비인 손으로 앨범을 넘기던 '안느' 는 앨범 속 사진들을 보고 "참 아름답고도 긴 인생"이었다고 말한다. 앨범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는 '안느'의 대사는 마지막을 의식하는 병마에 지친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돈을 주고 간병인을 고용해 보지만 불친절한 그들을 용납할 수 없어 내보내기 일쑤이다.

시간은 흐르고, 간병일에 점점 지쳐가는 '조르주'는 대화는커녕, 죽기를 각오한 사람처럼 물조차 거부하는 아내의 입에 물이라도 넣어보려 하지만 '안느'는 입조차 벌리지 않고 간신히 먹인 물을 뱉어버리기까지 한다. 갑자기 뺨을 때려보는 남편 '조르주'. 그도 역시 간병에 지쳐있다. 더 이상 이들에겐 희망도 인간의 존엄성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고통스런 시간들, 고귀한 삶의 마지막을 보여주고 싶었던 '안느'의 생각을 죽음으로라도 끝내주는 것이 그를 위한 보답일까.

'조르주'는 옆의 흰 베개를 '안느'의 얼굴위에 놓고 힘껏 누른다. 슬픔이나 울음소리조차 없는 '조르주'의 행동은 그 슬픔의 농도는 더욱 짙고 숙연하기까지 하다. 가느다란 숨이 멎은 듯 하다. 밖으로 나온 '조르주'는 국화꽃 한 다발을 사온 후, 천천히 한 송이씩 가위질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혼자만의 장례절차인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잠든 방문을 테잎으로 두른 채 밖으로 나간다. 홀로남은 집은 적막함에 잠겨있고, 그때 비둘기 한마리가 들어와 있다. 집안으로 소리없이 드나드는 비둘기의 상징은 소리없이 왔다 가는 인생을 보여주고, '조르주의 행동은 부인인 사랑하는 아내 '안느'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임을 관객은 숨죽여 보게 된다.

그리고 잠시 홀로 누워있던 '조르주'의 귓가에 평소 아내가 부엌일을 하는 듯한 수돗물 소리와 접시 부딪히는 소리에 밖으로 나오는 '조르주'.

부엌에는 '안느'가 서 있고 설거지를 마친 이들은 평소처럼 외출을 준비한다. '조르주'는 부인의 평소처럼 아내에게 외투를 걸쳐주고 둘은 밖으로 나가지만, 실은 환영일 뿐 그는 혼자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인생에서 사랑을 최고로 꼽는다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이다.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걸 잃는다는 점에서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생로병사의 기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영화 속에는 안락사의 문제, 증가하는 노령인구의 문제, 이를 케어하는 복지 차원의 사회 시스템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어, 누구나 한번쯤은 감상하고 숙고해야 할 영화이다.

프랑스 명배우 장루이 트랭티냥, 그가 주연한 명작들은 '남과 여'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그의 젊은 시절의 모습에서 나이가 든 '아무르'의 출연 당시의 모습까지, 그의 팬들에게 트랭티냥의 인생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는, "남과 여"의 상대 여배우의 극중 '안느'라는 이름이 '아무르'에서 사랑하는 부인의 이름과 똑 같은 '안느'인 것을 감안한다면 마치 두 영화는 부부의 젊은 시절과 노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전반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2003년 실제 친딸이 남친에게 40살의 나이로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은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 영화는 부부의 병마와 죽음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실제와 극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하는 그의 심정은 화면 속에 고스란히 배어있고, 그가 겪은 아픔은 영화의 진정성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그의 생에 있어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이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2022년 자택에서 91세로 사망한 트랭티냥. 이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아있다면 '아무르'에 이어 그의 열연작 '남과 여(1966)', '아름다운 최고의 해(2013)'를 권하고 싶다. 또한, 작중 주인공들이 음악가임을 감안, 실제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타로'가 카메오로 출연하니, 그가 직접 연주한 슈베르트 즉흥곡을 들을 수 있는 호사도 함께 누려보길 바란다.

정미숙/영화평론가, 충남대 평생교육원 일본어 강사

정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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