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6-01-02
지난해 가장 괜찮은(?) 유행어라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가 무슨 시대정신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이 영화가 그렇듯이 이 말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생각이나 평가에 따라 형성되는 객체적 개념(Me)이 아니라 주체적인 반응(I)을 환기시키기나 한 것처럼 오해되는..
2005-12-28
일본 '천황'의 죽음이 임박하면 인쇄 관련 업종의 주가가 미리 올라간다. 그가 죽으면 연호가 바뀌어 달력이나 수첩을 새로 인쇄해야 하므로 발빠르게 인쇄 관련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당구공을 치면 맞은 공이 다른 공을 연속해서..
2005-12-23
어제 이은지 화전이 열리는 현대갤러리에 갔더니 얼굴이 익은 몇몇 화가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역시 화가인 K선생도 끼여 있었다. 지난번 선생의 전시회가 열리는 시민회관 전시회에서 만난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래서 전시공간을 돌다말고 내 딴엔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다가가..
2005-12-20
신문 독자란에 실린 조금은 치기 어린 시가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그 시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20대엔 화장을, 30대엔 분장을, 40대엔 치장을, 50대엔 환장을'이라는 루소의 말을 연상시키는 이 투고자는 추측하건대 아마 그 무렵 39살쯤 되지 않았을까..
2005-11-22
언젠가 8·31 부동산 대책을 맹수 중의 맹수인 호랑이에 비유했던 일이 생각난다. 14일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은 '두 번 일'을 하는 것이니 '세 번 일'이 안 되게 잘 처리해 달라"고 여당 의원들에게 주문한 것도 10·29 대책처럼 종이호랑이를..
2005-10-05
'잔치 잔치 벌렸네'란 노래처럼 전국은 지금 축제 열기에 휩싸여 있다.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의 철을 맞아 서천 흥원항에서 전어축제가, 태안 당암포구에서 전어·숭어 대축제가 열렸다. 홍성 내포사랑큰축제, 당진 전국쌀사랑음식축제, 천안 흥타령축제 등 이맘때면 흥..
2005-08-24
오늘 ‘청와대 브리핑’에서 ‘회전문 인사(人事)’ 기사에 대해 “반 컵밖에 안 남았네”와 “반 컵이나 남았네”를 빗댄 고전적인 반박을 보고 두 번 웃었다. 한 번은 개인적으로 무던히도 우려먹던 비유였기 때문이고 한번은 또 써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원을 따지면..
2005-07-23
남이 자신의 코나 입을 바라보면 거기에 무엇이 묻어있는 양 생각하는 우리들이다. 똑바로 보면 왜 째려보느냐며 기분 나빠하고 목 쪽을 보면 엉큼하게 뭔가 숨기는 게 아닌가 넘겨짚는다.
요즘같이 온습지수(불쾌지수)가 높은 날엔 이것이 빌미가 되어 싸움이 벌어져 폭행으로..
2005-07-13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설과 모 가수가 유부녀라는 설이 오르내리면서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1인 미디어의 속성을 충분히 숙지해달라고 경계하는 신문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점차 뉴스 공급원(sources) 차원을 넘어 뉴스 작..
2005-06-01
매주 수요일이면 지역의 한 도서관에서 문화강좌를 맡아 강사 노릇을 하고 있다. 시작하면서는 문화의 대중화라든지 접근의 평등화라는 그럴싸한 구실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언감생심이지 그런 어마어마한 명제 근처엔 얼씬도 못했다. 회를 거듭하면서, 들꽃 씨앗을 넣고 다니며..
2005-03-09
심대평 충남지사의 자민련 탈당이 돌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인하든 부인하든 초미의 관심사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피어오르던 중부권 신당의 출현으로 충청발 정계개편의 서곡이 될까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지만 어떤 탁월한 예측도 현 단계에서는 애매하고 조심스럽다는 점..
2005-02-02
1월의 마지막날과 2월의 첫새벽, 눈이 꼭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처럼 푹푹 내린다(중도일보 홈페이지 '오피니언'-'삶이 있는 아침'-'당신의 나타샤(2월 2일)' 편 참조). 눈을 치우기 위해 대비를 꺼내려니 '용용용용 용용용용(龍龍龍龍 龍龍龍龍)'이라는 편액..
2005-01-05
신문사 시무식의 끝 순서는 '잘살아 보세' 합창이었다. 총무부장의 제안으로 60년대식 '건전가요'를 부른 것이다. '넉넉하다 산다'는 뜻 그대로 경제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고 정권과 언론이 앞장서 보급해 앵무새처럼 부르던 노래였지만 오랜만에 불러보니 마음을 덥혀 준다...
2004-12-08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여니 네티즌들이 말을 걸어온다. "몰랐다고 울면 다행이지요…. 저번에 보니 어떤 부모, TV 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다 그러면서 크는 거 아니냐고, 당신들은 커닝 안 했냐고 되묻더군요.… 정말 욕 나오더군요." 복숭아비..
2004-11-09
아무리 평이하게 말해도 이미 논쟁이 되고 있었다. 싸움을 걸지 않아도 선전포고나 다름없었고 소신은 광신으로 컬러링(윤색)되기 십상이었다. 위헌적인 위헌 판결 이후 일어난 변화다. 여기에 부응하느라 거의 매일이다시피 사설 둘 중 한 꼭지를 행정수도 관련기사로 써대고 있다..
2004-10-26
"지구가 종말을 맞았는데 새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우주선에 당신은 한 명만을 더 태울 수 있다. 어머니, 아내, 자식 중 누구를 택하겠는가?"
이 난처한 질문은 엊그제 어느 대기업 계열사의 면접시험에 출제된 문제다. 출제된 배경은 무엇일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직..
2004-10-13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세르주 티스롱은 사람들이 사물과 직접적으로 맺고 있는 감각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휴대폰을 곰 인형에 비유하거나 현금지급기를 고해성사실로 본 것도 신체와 이미지에 기반한 그의 색다른 해석이었다. 두 곳에서 행해지는 의식이나 행동에 차이가 없다...
2004-09-08
지성계의 반항아와 가요계의 이단아가 만났다. 도올 김용옥이 사자머리 전인권과 록 콘서트를 벌인 것이다. 이것을 절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다. 글쓰기를 위해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제일 먼저 스친 생각은 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적인 작용을 해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화산업론이었..
2004-08-10
정체성 논란이 에릭슨(Erikson)에 의해 시작된 이래 이처럼 뜨거워본 적은 없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공방을 보고 머릿속을 스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떤 새가 더 새다운가를 묻는 설문에서 사람들은 울새를 제일로 지목했다. 참새, 카나리아, 비둘기, 종달새도 높은..
2004-07-14
뒤뜰에 뛰어 놀던 병아리 한 쌍을 몸보신하려고 먹은 영감을 마누라가 잘했다고 장단을 맞춰주는 가요가 있었다. 하춘화와 고봉산이 서로 '영감, 마누라'를 칭하는 데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이 노래는, 의미(=의식)가 변하지 않는 한 소리의 변화는 무의미함을 일깨워준다..
2004-06-22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파리에서 좀 떨어진 한촌 베르사유에다 궁전을 지었던 것은 봉건영주들에 분산된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포석이었다. 그곳에서는 늘 파티며 무도회로 흥청흥청했다.
밤마다 눈도장 찍으려는 귀족들의 주머니는 날이 갈수록 가벼워졌는데 바로 요새 말하는 지배..
2004-05-26
필자가 지금까지 쓴 예닐곱 개의 필명 중엔 '최명인'이 있다. 한데 명인(命仁)이 명인(名人)처럼 들려 주제넘게 쓰지 않는다. 적어도 달인(達人)이나 명인이라 불리려면 블루스와 록 기타의 게리 무어처럼 사람의 감성을 콕콕 찌를 만큼은 되어야 한다. 너나나나 남발하는 행..
2004-05-08
민족어인 한글, 문명어인 한문, 세계어인 영어의 3단계 구도에 대해서는 언제 별도로 언급할 기회가 생길 것이고, 오늘 말하려는 것은 문명어인 한자에도 우리 정서와 어느 정도 동질감이 있다는 바로 그 점이다.
예를 먼저 들어 '삽'이라는 글자가 있다. 안타깝게도..
2004-04-28
툭하면 갈아치우겠다는 세태에서 옛날 중국어 선생님에게서 들은 송루각(宋樓閣) 얘기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대대로 가업을 전승한 그 보신탕집은 400년 동안 개고기 삶는 솥을 한번도 씻지 않기로도 유명했다. 씻어낼 시간이 없었다고도 하고 일부러 안 씻는다고도 했다. 그..
2004-04-12
봄빛이 그득하다. 논설실에 틀어박혀 안팎의 뉴스를 스크랩하다가 TV를 통해 대통령의 얼굴을 오랜만에 접하니 낯선 느낌이었다. 탄핵 한 달째를 맞은 대통령은 아직 봄이 아니라 한다. 도저히 봄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지금 낮잠을 자다 나비가 된 장자 같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