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7-10-17
“우리는 우승으로 갈 겁니다. 올라왔으니까.” 중도일보 동영상을 돌려 들어본 김호 감독의 각오가 카랑카랑하다. 축구는 누가 뭐래도 ‘골(goal) 때리는` 경기라야 제 맛이다. 며칠 후 있을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골 때리는 광경을 많이 보여 달라.
지난..
2007-10-11
당신을 사랑합니다. 치명적인 컴퓨터 바이러스의 제목도 ‘당신을 사랑합니다`였다. 몰라서 열고 깜빡 잊고서도 열고, 전 세계에서 4500만 명이 그 메일을 열어봤다. 사랑이 바이러스를 닮았음일까?
러브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갓 뽑은 면발 같은 쫀득쫀득한 사랑을 기..
2007-10-10
주꾸미가 일을 냈다. 주꾸미는 서해의 심연에서 고려청자 하나를 안아 올려 수많은 고려청자 무더기를 인양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그림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충남도와 태안군에 주꾸미 공덕비 설립을 제안하면서 스케치해준 동상 설계안.
태안에 세워진다는 동상은 호사가가..
2007-10-04
‘본래대로`라면 전설의 레슬러 김일은 씨름꾼으로나 기억됐을 것이다. 세계 3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트럭 운전기사였다. 빵 만들기가 천직이라던 마르텐 슈델리는 조각가로 변신, 바다가 보이는 작업실에서 대리석을 반죽 주무르듯 매만진다. 뭇 여성들의 심장을 녹인 가수 훌..
2007-10-03
아리랑 공연을 보면 교차한다는 3색 감정. 감탄, 다음은 혐오, 끝에는 우린 저런 것 안 해도 된다는 안도감. 여기에 반동의 노래를 듣고도 피정복국 여인을 위로한 정복자 칭기즈칸의 아량 같은 것까지 더해져야 할지. 난해하다.
고양이처럼 팬과 안티팬이 교차하는 동물..
2007-09-27
지지난해 스트레스 강좌를 맡은 적이 있다. 전문가도 아니고 자신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핑계로 고사하다가 떠맡게 됐다. 배부른 불만일지 모르나, 그때처럼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적이 없었다. 그 반년 동안의 연구(?)로 얻은 성과는 한방에 날리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다는..
2007-09-26
귀향민심도 옛말이다. 명절 때는 그저 돈 버는 이야기가 최고라는데, 꽃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다. 어제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에서 한국화훼협회 태안군분회 회원들이 귀경객들에게 나눠줬다는 꽃 소식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홍보 차원이라 해도 아름다운 마음..
2007-09-20
우다 노부오는 그의 『백제화원』 서문에서 일본서기를 읽다가 ‘백제궁’을 발견했을 때의 충격을 전한다. 일본 최초의 정사(正史)에 나오는 일본 궁전 이름이 백제 이름이라니 경악했을 만하다. 그는 직접 둘러본 옛 수도 부여가 아스카와 닮았다고 적고 있다. 아스카(飛鳥)란..
2007-09-19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는 바다(여자의 몸)를 떠도는 우라노스의 잘린 남근과 거품(정액) 사이에서 나서 큰 조개(자궁)에서 자랐다. 미모에 사랑의 신인 아프로디테의 남편이 못생긴 헤파이스토스, 정부(情夫)가 전쟁 신 아레스라니, 이는 미추가 둘 아니며..
2007-09-13
안방마님은 살림의 실권을 가진 마님을 말한다. 집 안채에 붙어 안주인이 주로 거처하는 방이 안방이고 바깥양반이 거처하는 방이 사랑방이다. 자기 남편을 남 앞에 “사랑(舍廊.斜廊)”으로 높여 부르기도 했다. 대문간 옆의 문간방에는 사랑방과 달리 격이 조금 낮은 손님을 들..
2007-09-12
사적이고 내밀하기로 말하면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연애`, 이 말을 따라올 말이 없을 것이다. 연애편지 전시회를 가본 적이 있다. 부끄러움을 감추고 자진 공개하는 경우와 영원히 들키고 싶지 않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히 아주 잔인하게 공개되는 두 경우가 있었다.
그걸..
2007-09-06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인 식습관. 먹는 건 무죄요, 동냥질은 하늘이 시킨 짓이라는 인식. 먹는 개도 아니 때리고 먹고 죽으면 때깔이라도 좋다는 믿음.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대꼬챙이 자존심, 음식 앞에 봄눈 녹듯 허물어지고.
교수법이 하도 독특하다기에..
2007-09-05
음식의 짠맛을 나타내는 정도가 ‘간’이다. 좋은 재료를 들여도 간이 안 맞으면 바특한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다른 건 생략하고, 여론조사도 일종의 간을 맞추는 행위이지 싶다. 국물 한 숟갈로 한 냄비의 찌개 맛을 가늠하는 것과 닮았다. 간에도 신뢰수준이나 오차한계 같은..
2007-08-30
“누님들, 조금씩만 양보하시지요.”
57년생 판사가 재판 중에 48년생 아주머니들을 향해 ‘누님`이라 불러 화제가 됐다. 양측이 며칠 전 화해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가치를 확인시켜 준 그 “누님” 때문이라 믿고 있다. 형, 언니 호칭을 은연중 함부로 쓰길 꺼리는..
2007-08-29
입을 벌리고 넣으면 됩니다. 그건 폭력이다.
고기에 싸서 먹입니다. 그건 사기다.
…마오쩌둥(毛澤東)은 고양이에게 어떻게 후추를 먹였을까?
면사무소는 조선총독부가 지방권력 장악을 쉽게 하려고 갑오개혁기의 형식적 면리제를 손질해 만들었다. 향촌자치를 무력화하고 지역..
2007-08-23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수 있도다.
(滄浪之水淸兮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
호미 들고 태산준령 앞에 달랑 설 때 설망정 아는 것이 더 유용할 때가 많다. 경복궁 경회루나 창덕궁 부용정에 가면 사람이..
2007-08-22
어떤 의미로 대통령 선거도 혹독한 뒷모습 캐기 과정이다. 엉덩이가 예뻐야 살아남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혼해도 좋은 남자’, ‘연애만 해야 될 남자’가 있듯이 후보의 길과 대통령이 되는 길은 엄연히 다른 길이니까.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뒷모습이 있다. 그렇다..
2007-08-16
요즘 같은 폭염에 에어컨 온도를 20도로 설정하면 스르르 소름이 끼치며 춥다. 한겨울에 20도로 온도 설정을 하면 훈훈하게 느껴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이유가 있다. 같은 온도라도 겨울에는 낮은 기온에 신체가 순응하고 여름에는 높은 온도에 순응한다.
그러면 여태..
2007-08-15
"괜찮습니다. 기꺼이 기다리겠습니다."
"아, 방금 통화가 끝난 것 같네요. 제가 여쭤보겠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기자라는 직업이 원래 기다림의 연속이지요."
―찰스 데커 『리셋』(북하우스) p.56
카사노바는 여성을 호리려 기다리고 거미는 먹잇감을 기다려 거미..
2007-08-09
―대꾸하는 글이니 댓글이 어떻습니까?
―움직일 동(動). 동영상이라고 하면 어떻소?
(이거 좀 야하니 야동이라 부르리까?)
남북정상회담, 개각, 탈레반, 대통령 선거… 유의미한 것들이 흐르는 강에는 재미없는 것들이 침전물로 남는다. 소재가 밋밋하고 밍밍하니 글을..
2007-08-08
며칠 전까지 ‘소폭’이라더니 어제 오후 법무부, 정보통신부, 농림부 등 장관급 7명이 바뀌는 ‘중폭’ 개각이 단행됐다. 그 얼마 전만 해도 개각 계획이 아예 없다 했다. 개각 폭이 오락가락하며 예상을 넘어서서 티를 뜯고자 함이 아니고, 문제적 시각에서 너무 잦은 교체와..
2007-08-02
지구상에서 줄서기를 잘하는 나라라면 서슴없이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와 호주, 싱가포르가 손꼽힌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지역도 이 리스트에서 빠지면 울고 갈 것이다. 영국에는 술집 가서도 ‘투명 줄`을 만들어내는 줄서기 명수들이 산다.
대..
2007-08-01
윗글은 엄연한 시다. 80년대 버스안내양이 쓴 『우리들 소원』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의 일부다. 각각 남자와 여자를 지칭하는 × 부분은 임의로 뺐다. 그 시절의 버스안내양에겐 개문발차(開門發車)하는 버스 안으로 승객을 우그려 넣는 일, 끌어내리는 일이 주된 임무의 하나였..
2007-07-26
각 언어의 특질을 규정할 때 영어는 범세계어답게 개방적이라고 한다. 한국인에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 ‘화병(火病)’을 고스란히 영어(Hwabyung)로 옮겨 적을 정도다. 독일어는 배타적이다.
외국어를 수용하더라도 새로운 파생어나 복합어를 만들어 쓰기를 곧잘 한다..
2007-07-25
돼지들은 쇠로 된 헛간이나 외양간 같은 간이건물에 채워져 눕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인 채 산다. …닭의 부리를 태워버리고 날개를 횃대에 못박아놓고 닭똥과 닭 사체를 먹여가며 키우는 것일까.
위 인용 부분은 데이비드 스즈키와 홀리 드레슬의 『굿뉴스』인데, 좋은 소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