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갓 뽑은 면발 같은 쫀득쫀득한 사랑을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는 바쁜 짬짬이 섹시푸드에 관심이 많이 간다. 부추 샐러드를 만들면서는 사랑이 가장 훌륭한 양념임을 자각하고, 인삼영양밥을 안치면서 성적 판타지와 남자(여자) 얘기를 섞고, 뱅어포 파볶음 요리엔 총각들 시선 사로잡는 아줌마의 비결을 논한다든지 하는 발상이 재미있어서다.
부부나 연인 사이에는, 부르튼 면발 같은 사랑이라면 더욱 면발의 비밀을 적용시키시라. 식품가공학적으로 살피면 밀가루를 물과 섞어 글로텐 분자 사이에 사슬 구조가 생기게 하는 게 면발의 제1 원리다. 사랑이나 면발이나 핵심은 부드러움과 쫄깃함에 있다.
어떤 사랑이냐에 따라 재료도 달라져야 한다. 강력한 반죽은 빵을 만들 때, 중력분은 국수에, 박력분은 과자에 쓰듯이 말이다. 은밀하든 공개되었든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불어 터진다. 공통점이라면, 라면을 살짝 덜 익혀 뚜껑 덮고 좀 지나야 맛있는 것처럼 덜 익은 듯해야 맛있다는 정도다.
▲ 국수로 만든 얼굴. 조각가 홍상식 작품. |
잘하는 자장면집 주인은 면발의 비결로 좋은 재료와 손맛을 꼽는다. 밀가루 종류와 반죽 요령에도 달려 있고, 더 쳐대면 면발이 쫄깃해진다. 면발이 덜 익은 듯한 상태를 ‘알 덴테`라 한다. 수분 함량이 높은 면 표면이 먼저 입에 닿고 나서 면 중심부를 씹으면 쫄깃한 느낌이 휘감는다. 사랑도 전문용어로 약간 덜 삶아진 상태여야 상대를 사로잡는다.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가 사랑이다. 국수의 영원한 주제는 면발이다. 밥도 빵도 국수도 찰기가 중요하다. 식구는 한솥밥 먹는 사람, 동료란 뜻의 컴패니언(companion)은 빵[panis]을 함께[com] 나눠 먹는 사람이다. 인간관계, 남북의 관계도 알맞게 찰기가 유지되어야 좋다. 아무렇게나 건성건성 말아낸 국수로는 영원히 섹시푸드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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