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섹시푸드-어화, 면발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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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섹시푸드-어화, 면발같은 사랑

점심도 맛있게 드셨습니까?(김정일) 맛있게 먹었습니다.(노무현) 옥류관에서 국수를 드셨다면서요. 평양 국수와 서울 국수, 어떤 게 맛있습니까?(김) 평양국수 맛이 진한 것 같더군요.(노)

  • 승인 2007-10-11 00:00
  • 신문게재 2007-10-1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당신을 사랑합니다. 치명적인 컴퓨터 바이러스의 제목도 ‘당신을 사랑합니다`였다. 몰라서 열고 깜빡 잊고서도 열고, 전 세계에서 4500만 명이 그 메일을 열어봤다. 사랑이 바이러스를 닮았음일까?

러브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갓 뽑은 면발 같은 쫀득쫀득한 사랑을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는 바쁜 짬짬이 섹시푸드에 관심이 많이 간다. 부추 샐러드를 만들면서는 사랑이 가장 훌륭한 양념임을 자각하고, 인삼영양밥을 안치면서 성적 판타지와 남자(여자) 얘기를 섞고, 뱅어포 파볶음 요리엔 총각들 시선 사로잡는 아줌마의 비결을 논한다든지 하는 발상이 재미있어서다.

부부나 연인 사이에는, 부르튼 면발 같은 사랑이라면 더욱 면발의 비밀을 적용시키시라. 식품가공학적으로 살피면 밀가루를 물과 섞어 글로텐 분자 사이에 사슬 구조가 생기게 하는 게 면발의 제1 원리다. 사랑이나 면발이나 핵심은 부드러움과 쫄깃함에 있다.

어떤 사랑이냐에 따라 재료도 달라져야 한다. 강력한 반죽은 빵을 만들 때, 중력분은 국수에, 박력분은 과자에 쓰듯이 말이다. 은밀하든 공개되었든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불어 터진다. 공통점이라면, 라면을 살짝 덜 익혀 뚜껑 덮고 좀 지나야 맛있는 것처럼 덜 익은 듯해야 맛있다는 정도다.

▲ 국수로 만든 얼굴. 조각가 홍상식 작품.
▲ 국수로 만든 얼굴. 조각가 홍상식 작품.
외교상 부르튼 면발에 감읍해야 할 때가 있다. 두 남북 정상의 면식수행(麵食修行)은 지금 테이프를 돌려서 봐도 썰렁하다(?). 함께 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그룹 회장은 북한의 달라진 국수 면발에서 변화 가능성을 엿본다고 했다. 도올은 “서울 을지면옥의 냉면보다 (평양) 옥류관 냉면을 더 맛있는 음식이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푸념을 섞는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다.

잘하는 자장면집 주인은 면발의 비결로 좋은 재료와 손맛을 꼽는다. 밀가루 종류와 반죽 요령에도 달려 있고, 더 쳐대면 면발이 쫄깃해진다. 면발이 덜 익은 듯한 상태를 ‘알 덴테`라 한다. 수분 함량이 높은 면 표면이 먼저 입에 닿고 나서 면 중심부를 씹으면 쫄깃한 느낌이 휘감는다. 사랑도 전문용어로 약간 덜 삶아진 상태여야 상대를 사로잡는다.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가 사랑이다. 국수의 영원한 주제는 면발이다. 밥도 빵도 국수도 찰기가 중요하다. 식구는 한솥밥 먹는 사람, 동료란 뜻의 컴패니언(companion)은 빵[panis]을 함께[com] 나눠 먹는 사람이다. 인간관계, 남북의 관계도 알맞게 찰기가 유지되어야 좋다. 아무렇게나 건성건성 말아낸 국수로는 영원히 섹시푸드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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