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임기는 못해도 타이어 교체주기만큼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도 출범 초기엔 그만한 시간인 2년에서 2년 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었다. 반년 남긴 참여정부도 결국은 평균 14개월 주기로 국무위원 명패가 바뀌었다. 역대 장관의 재임기간 평균인 13.32개월과 거의 맞먹는다. 미국의 35개월, 유럽 16개 나라의 54개월과는 비할 데 없이 단명이다.
참여정부 들어 이번 인사까지 배출한 국무위원 숫자로는 내각을 대략 서너 번은 물갈이한 셈이다. 장관 342명을 분석한 김호균의 『한국의 장관론 연구』에 의거해도 장관 10명 중 7명은 부처 행정활동과 상관없이, 즉 장관이 감수할 책임과 무관하게 경질됐다.
더 비교하면 우리 경제장관이 10명 바뀔 때 영국은 1명 바뀐다. 백년대계라면서 교육부 수장의 수명은 9개월 안팎이라 장관의 무덤으로 지목된다. 교육부 과장급 이상 간부 재임 기간도 평균 1년에 미달한다. 청사진과 철학을 펼치기는커녕 일관성과 안정성, 추진력과 소신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이러한 교체 빈도는 문제가 터지면 축구팀 감독 바꾸듯 사람부터 끌어내리고 보는 시스템 탓이다. 그 ‘문제’조차 가는 사람 따라 묻어 가기 상례이고, 후임 장관에게 전수할 틈도 잘못을 고칠 새도 없다. 후임자가 인수할 사항을 문서로 적고 호조판서 직인을 박아 인계하는 옛날의 해유(解由) 제도는 차라리 선진화된 제도다.
기록된바 세종대왕 치세에도 “아니 되옵니다”라며 인사권에 이의를 단 횟수가 174회나 된다. 그런 장관이 지금 있다면 코드 때문에 잘린다. 게다가 빠듯한 임기말. 제대로 된 업무 파악과 조직 장악에 최소 6개월은 잡아야 한다. 그때는 참여정부 임기가 끝날 때쯤이다. 자리 보전해 밥이나 축내는 반식장관(伴食長官)이 있다면 국무회의가 조선조 어전회의만 못할 수도 있다.
이번뿐 아니라, 개각의 의미와 배경을 싸고 늘 반응이 엇갈리고는 한다. 황희 정승 화법으로 이 인사 역시 옳다고 하면 속이 조금 후련할까. 한데 그러려고 해도 보은인사 차원의 자리가 표가 난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예쁜 아이에게 떡 주듯 베풀라는 게 ‘그놈의 헌법’ 정신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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