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능력의 비밀은 얼굴 아닌 엉덩이. 만약 오후 3시의 찬란한 햇살을 받고 있는 엉덩이에 대해서라면 천부적인 변별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런데 벨라스케스가 400년 전 발견한 뒷모습에 이제야 눈뜨기 시작했음일까. 날렵한 등, 오목한 허리를 거쳐 한껏 ‘업(up)’된 엉덩이, 숨겨둔 다리까지… 뒷모습, 뒤태가 이렇게 강조되던 때가 언제 있었던가.
여성들도 남성의 등과 엉덩이에서 매력을 느낀다지만 정말 관심 있는 쪽은 남성이다. 하트(♡)가 여성의 엉덩이 모양에 겨운 남성의 눈에서 탄생했다는 설을 필자는 지지한다. 에두를 것 없이 해변의 엎드린 여인들을 담배씨만큼만 보라. 데스몬드 모리스는 애초부터 엉덩이를 하트 표시로 본다. 짧은 치마에서 다리가 모이는 거기 그 지점을 상상하게 하는 성적 잠재력을 들여다본 남성. 꽉 끼는 바지마저 두 다리가 만나는 지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건으로 봤을 대표 남성이다.
뒷모습이라고 절대 무덤덤할 수는 없다. 아름답거나 야하거나, 아름답게 꽃피우거나 야하게 꽃피우거나, 둘 중 하나일 수 있다. 예술과 외설의 뿌리는 다르지 않음을 확실히 시인하면서 또 뒷모습 미인도 미인이라고 단정한다.
연출됐든 말았든 뒷모습 고운 사람을 따라가는 게 기분 나쁜 사람 있다면 연구대상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소리꾼 박수관은 일곱 살 나이에 당산나무 아래에서 훨훨 장구를 치는 외씨버선 아낙네의 뒷모습에 운명이 바뀌었다 하듯이 뒷모습에 혹해 인생을 홀린 사람의 줄을 세우면 지구 끝에라도 닿으리라. 그러나 한순간 확 잡아끈 그 시선이 착각이기도 하고, 그 시선으로 하여 실족하기도 한다.
나보다 남에게 더 잘 보여지는 모습이 뒷모습이다. 첫 여성 대통령의 꿈에 도전해 2% 부족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성숙한 뒷모습을 드러내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조금만 일찍 흡입력과 감동을 주었던들, 하는 가정은 여기서 무익하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 알고 가는…’ 기호화된 뒷모습을 연상하기에는 이르다. 이제 대통령은 되지 못해도 훌륭한 여성 정치인으로 남아, 저 뒷모습 초상화보다 눈에 좋은 뒤태미를 끝까지 간직하길 바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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