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추석, 행담도 꽃향기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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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추석, 행담도 꽃향기 맡다

‘메이드 인(made in)`보다 어느 회사, 누구 솜씨냐는 ‘메이드 바이(made by)` 시대. 꽃 한 송 나눈다는 것의 사소함에서 누군가가 이름 부를 때 품는다는 의미 또는 무의미를 생각한다.

  • 승인 2007-09-26 00:00
  • 신문게재 2007-09-2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귀향민심도 옛말이다. 명절 때는 그저 돈 버는 이야기가 최고라는데, 꽃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다. 어제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에서 한국화훼협회 태안군분회 회원들이 귀경객들에게 나눠줬다는 꽃 소식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홍보 차원이라 해도 아름다운 마음은 가리지 못한다.

안 그래도 명절 쇠고 보니 목베고니아의 꽃자루가 조심조심 목을 빼내고 있어<사진>그 꽃말이 부조화이건 짝사랑이건 여하간 감정적 균형을 잡는 즐거움만은 자별하다. 추석에는 또 안정환이 장미 365송이로 프로포즈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프리지아 한 단으로 프로포즈한 전력 때문에 내심 좀 켕기기도 했다. 제 잘난 얼굴에 반해 익사한 나르시소스와 그를 따라 죽은 숲의 요정 프리지아―수선화가 피면 곧이어 피는 프리지아의 순정을 닮으라고…!

이러니저러니 얘기를 조합하면 한량이 없다. 예를 들어 안개꽃은 약속, 간절한 기쁨이지만 죽음이기도 하다. 사랑을 뜻하는 장미와 함께 선물하면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행담도 휴게소의 꽃 선물, 그 심중은 말할 것도 없이 화훼농가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다. 그렇지만 귀경길에 받아든 꽃 한 송이는 기분 좋은 희망, 로맨틱한 사연을 간직한 꽃일 수도 있다.

그런 사연의 흔적은 심지어 메소포타미아의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선사시대에 무덤에 꽃을 바친 흔적으로 미뤄 꽃을 주고받는 것은 아주 오래된 풍습이다. 25만 년 전의 돌무덤 속의 네안데르탈인도 수레국화와 히아신스 꽃다발을 안고 누워 있었다. 신화는 지상에서 꽃 이야기로 피어난다던가.

신화가 아니라도, 색다른 이야기가 가미된 꽃은 더 아름답다. ‘소나기`의 무대인 경기도 양평에서는 소년과 소녀가 건넌 징검다리와 개울, 소나기를 피하던 원두막을 만들었다. 그러나 마타리꽃, 도라지꽃, 쑥부쟁이 피는 배경이 없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소설을 암만 봐도 소녀가 양평 어디로 이사갔다더라는 구절이 고작인데, 소나기 마을을 지어 장성해서도 소녀를 보내지 못하는 영원한 소년들의 정신적 고향을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라고 그런 걸 못하란 법은 없다. 꽃을, 그것도 태안 사람이 태안 땅에서 직접 재배한 꽃을 나눠주는 것은 마음을 나눠주는 것이다. 지금쯤 귀경객들의 갇힌 마음이 활짝 열려 먹먹한 가슴 한 구석에 장미, 국화, 백합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을지 혹 아는가. 내후년이면 안면도 꽃박람회도 다시 열린다. 이럴 때, 꽃은 선물이면서 보험이며, 환상이고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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