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티켓 5장을 누가 거머쥐느냐를 가리는 어제 대통합민주신당의 컷오프(예비경선)에서도 여론조사가 반영됐다. 이 방식은 꽤나 정교해 조직표 동원을 막고 국민 입맛에 따른 것처럼 여겨지지만 종내는 인지도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특정 부위를 맛보기 대상으로 해서(=표본 추출의 편향성) 맛의 미세한 차이가 무시되고(=표본조사의 오차 무시) 소문난 음식에 후한 평점을 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어쩔 때는 또 음식을 먹지 않고 평가하는 모양새가 된다. 안방에 앉아 그림의 떡에 군침 삼키며 점수 매기는 무슨 ‘맛대맛’ 프로그램에서처럼 말이다. 만든 음식을 직접 맛본다 해도 누굴 앉히느냐에 그날그날 맛짱이 갈린다. 그러한 속성으로 영향력만큼이나 불신이 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해 밟히는가 하면 추세나 추이인 여론조사가 여론 왜곡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원칙에 충실하자면 당원이 당 후보를 뽑는 것이 정당민주주의이다. 선거인단 현장 투표에 이기고 밀봉된 여론조사에서 뒤져 승패가 갈린 한나라당 경선은 아이러니컬하다. 타이완에 유사 사례가 있지만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로 뒤바뀌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그러니 현재의 지지율을 미래의 선택지표에 따라 선출된 권력으로 착각하고 김칫국부터 냉큼 마시는 후보까지 생긴다.
중도일보도 창간 기념 여론조사를 하면서 시뮬레이션(가상대결)을 펼쳤다. 각 캠프의 ‘제 논에 물대기’ 해석 가운데는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되면 51 대 49”의 박빙 싸움이라는 전망도 들어 있다. 대선일이 임박하면 양측 지지도가 비슷해져 51% 지지로 이기고 49% 지지를 받고 진 역대 사례에 비춰 근거가 없지는 않다. 기초체력 약한 범여권이 믿는 구석은 이것일 것이다.
선거판도 재미있으려면 여론조사는 그 재미에 값하는 맛보기여야 한다. ‘재미’는 자양분 많고 맛있다는 ‘자미(滋味)’에서 나왔다. 간을 자꾸 맞추다가는 미각이 둔해진다. 끝에 한 번만 맞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거는 여론조사를 추인하는 의식이 아니다. 잘못된 ‘간 보기’는 본래의 맛을 근원부터 해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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