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개문발차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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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개문발차 정국

“개문발차 사고가 났다/ 내 잘못도 있지만/ 운전기사와 다친 손님도 책임이 있는데/ 나만 때려죽일 ×이다/… 있는 ×들 다 빠지고/ 남는 것은 언제나 나…”

  • 승인 2007-08-01 00:00
  • 신문게재 2007-08-0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윗글은 엄연한 시다. 80년대 버스안내양이 쓴 『우리들 소원』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의 일부다. 각각 남자와 여자를 지칭하는 × 부분은 임의로 뺐다. 그 시절의 버스안내양에겐 개문발차(開門發車)하는 버스 안으로 승객을 우그려 넣는 일, 끌어내리는 일이 주된 임무의 하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개문발차는 늘 위험을 수반한다. 문을 연 채 출발시키고 번쩍 손을 들면 태우는 방식이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범여권 통합 과정을 보면 미처 타기도 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차가 멈추기도 전에 문부터 열리는 버스가 연상된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버스가 어딜 가는 버스인 줄 모르고 올랐다는 것인가. 신당 참여 인사들조차 정확한 이름을 서로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출발이 급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실제로 시내버스도 지킬 것 다 지키면 운행 횟수가 절반 가량으로 뚝 떨어진다는 것이 운전기사들의 설명이다. 준법운행 투쟁 내역에는 개문발차 안 하기, 과속 안 하기, 신호 위반 안 하기가 들어 있다. 법을 지키면 사보타주(태업)가 된다는 논리 아닌 논리다.

보기에 따라 이 이상한 논리가 개문발차 정치판에서 통한다. 처음 통합민주당 쪽은 개별적 추가 합류를 전제로 문을 열고 출발했다. 되도록 중도개혁세력이 많이 타도록 열어놓은 그 문이 결과적으로 최초 탑승자들마저 편의에 따라 하차해 옮겨 타는 출구가 됐다. 문 닫는 방식 갖고도 싸우고 너희가 옮겨 타라 쇠고집 부리고 골라 태우려는 데도 한 원인은 있었다.

안 떠나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나았다는 것일까. 제3지대 신당에 올라탄 승객 면면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가짜 완장 두르고 편편히 무임승차한 사람도 있다. 소통합, 중통합, 대통합이냐에만 관심 가졌지 위기의 출발점을 벌써 까맣게 잊은 듯해 보인다. 누구 말대로 “정권 연장”의 “미혼향”에 취해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 10대 중과실을 이미 범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의 긴 기찻길 당명에는 어딘지 기득권, 지분, 자릿세, 아집 등 부정의 요소가 뭉쳐 있다. 통합민주당 합류에 대한 확답은 미뤄졌지만 범여권 핵심인사 담판 회동 이후에도 개문발차는 계속되어 뽀얀 먼지 일으키며 숨가쁘게 창당의 비탈길을 오르는 중이다. “오라이(all right)”와 “스톱(stop)”을 외쳐 주는 안내양은 물론 없다. 부디 급발진, 급정차, 특히 위험을 가득 안은 과속은 경계하기를. 늦은 만원버스 다음에 빈 버스가 온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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